필때 와 질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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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카페 뒷뜰에는 버터플라이 부쉬라는 꽃나무가 있다. 수년전에 작은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그동안 그앞에 큰 소나무가 있어서 햇빛을 못 받아서 인지 꽃은 피우지 못하면서도 무럭무럭 잘도 자라더니 소나무를 베고 나서는 보라빛 꽃봉우리 들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다.
분꽃같은 모양의 아주 작은 보라색 꽃송이 들이 수없이 모여서 하나의 큰 꽃송이를 이룬다. 쭉쭉뻗어 무리를 이룬 가지들 끝마다 여러개의 꽃봉우리 들이 매달려 있는데 바람이 살랑거리면 아리따운 요정들이 경쾌하게 춤을 추고 있는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웠던 꽃이 질때는 꽃잎이 떨어지지 못하고 피어있는 그상태로 시꺼멓게 그을린것 같이 말라간다. 너무나 상반된 모습이 봐 주기가 민망할 정도다.
이와 비슷한 꽃으로 동백꽃이 있다. 피어 있을때는 갖가지 색깔의 요염한 자태가 무척 매혹적이다. 이꽃 역시 꽃잎이 떨어지질 못하고 매달린 채로 흉하게 썩어가는 것 같이 보인다.
우리집 근처에는 프린세스 플라워 가 많이 피는데 이꽃은 피어 있을때 모습이 그 꽃이름만큼이나 우아하다. 더구나 떨어질때는 아름다운 보라빛 꽃잎들이 색깔도 변하지 않고 한잎 두잎 사뿐이 내려앉듯이 떨어져 그 기품있고 아름다운 모습에 눈이 부시다.
장미꽃도 피어있을때도 아름답지만 질때도 더없이 아름답다. 하얀 배꽃은 또 얼마나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다운지 한밤중에 보면 흰눈이 흩날리듯이 보인다.
우리 사람도 한창 에너지가 넘치고 젊은 생기가 발랄 할때는 누구나 할것없이 웬만하면 아름답다. 생기넘치는 에너지 자체 만으로도 숨막히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의 질곡에서 비바람에 시달리고 수없는 고뇌와 갈등과 슬픔 등으로 우리의 모습은 여러번 변하고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꾸만 변해간다. 가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전혀 딴 사람마냥 생소하게 느껴 지기도 한다. 늘어나는 흰머리와 주름살들. 몸에 탄력은 없어지고 탄탄했던 균형도 허물어 진다. 하지만 어쩌랴, 모든것은 변하고야 마는 자연의 법칙 인것을!
변하는 것은 몸뿐만이 아니다. 웬만큼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면 우리의 마음도 무력함과 상실감이 찿아 올수도 있고 허무한 생각에 우울한 느낌이 들수도 있다. 자칫 이러한 부정적인 느낌에 말리면 쉽게 상처받아 서운해 하기도 하고 사소한 일로 자기고집을 부려 잘 쌓아온 인간관계를 허물기도 하고 필요없이 잔소리가 심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지나온 과거가 화려하고 영광스럽다 해도 인생의 늦 부분에 자칫 잘못하면 떨어지지 못하는 꽃잎마냥 추하게 질수도 있다.
인생의 어느순간도 다 중요 하겠지만 마지막 부분이 가장 중요 한것 같다.
영국 속담에 끝이 좋으면 전부가 좋다는 말이 있다한다.
절대 진리인 자연현상의 무상함을 깨닫고 지나온 과거에 매달리지도 말고 내일에 너무 연연해 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느낄수 있는 숨쉬고 내쉬는 이순간을 소중하게 여겨 온마음을 다할수 있다면 비록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이 얼굴에 가득하다 해도 우리의 지는모습은 그 성숙한 에너지로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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