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새
아마도 부엉이었을 것이다.
나의 앞 뜰에 너울너울 춤추는 모습으로 나타났다가, 놀란 눈으로 바라볼 때에는 이미 밤하늘로 사라져 버린 그 새는 아마도 부엉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달빛처럼 흐미했으며 달무리처럼 둥그렇게 넓은 날개를 펄렁거렸다. 그래서 그 밤이 그믐이었는지 보름이었는지 알 수가 없어진다.
언젠가 밤길을 운전하던 날에도 그 새는 앞에서 너울거리며 날라오다가 나의 차를 넘어서 뒤로 사라지기도 하였었다.
갑자기 나타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모든 것을 묻어버리는 밤의 속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낮의 창공에 드높이 떠서 큰 날개를 펼치고 움직임도 없이 멈추어 있던 한마리의 매처럼 위엄이 있다거나, 혹은 석양의 하늘을 가르며 질서있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산등성이를 넘어가던 한쌍의 흑조처럼 기품이 있지도 아니하였다.
그러나 나의 밤새와 가진 짧은 만남은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다.
그것의 모습은 흐미하였으나 달빛처럼 은은하고 반쯤 돌면서 승무를 추는 것처럼 날개를 펄렁이었다.
부엉부엉 울지도 않았으며, 나뭇가지에 앉아 그 뚜렸한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부엉새를 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에 찾아왔던 그 작지 않은 크기의 새는 부엉이었다고 믿고 있다.
모든 새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살고 있는 새. 밤에 노는 새. 춤을 추듯이 나르는 새.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새. 그리고 나의 눈에 보이기도 하는 신기한 새. 혼자서 갑자기 나타나는 새. 그것을 나는 부엉이라고 부르고 싶다. 언젠가 부엉새를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우리는 단번에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랴. 어느 날 우연히 앉아있는 부엉새를 볼 기회가 온다해도 그것이 어찌 같은 자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앉아 있는 새는 밤 하늘을 나르며 보여주었던 자유와 분망함을 감추고 있을 것이다. 그 앉아 있어 편안하게 보이는 모습은 생소하고 낯이 설을 것이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 무리를 지어서 찾아오는 새. 예쁜 색으로 아름다운 새. 귀여운 작은 새. 청아한 소리로 노래하는 새.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새. 친숙하지 않은 귀한 새. 낮에 우는 새. 밤에도 우는 새. 그리고 밤이 되었을 때에 나를 찾아 오기도 하는 새. 모두 제 각각의 모습을 지니고 우리의 생활 속을 넘나들고 있구나.
달빛을 한아름 안고서 너울너울 밤하늘로 사라져 간 부엉이는 어느 귀한 밤에 북쪽 하늘에서 본 혜성. 긴 꼬리를 끌면서 서쪽을 향하여 낮게 그리고 거의 움직이지 않는 듯 느리게 천천히 날라가던 혜성을 보았을 때 처럼이나 신비로왔다.
그러한 밤들은 또 나에게 말하여준다. 우리가 알든지 모르든지, 우리에게 보이든지 안보이든지, 우리를 둘러싸고있는 질서. 그 변함없는 우주의 한 자리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 어두움이 감추고 있는 비밀의 한자락을 나는 보았다. 부엉이가 나에게 남긴 은밀한 언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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