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군 복무를 막 마쳤을 때, 대학 같은 과 동기 한명이 친구들 중 처음으로 결혼을 했다. 결혼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에 평생 처음 결혼식 전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 후, 친지나 친척들의 결혼 사진을 찍곤 했었다. 처음 만나는 신부에겐 여러번의 인터뷰를 한다. 마지막 질문은 “미리 알아 둬야 할 사항이 있는가?”이다. 그런데, 한 신부가 “우리 엄마 아빠가 함께 있는 사진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원수지간이 되어 이혼을 했다는 것이다.
결혼식 때, 그 신부는 아빠 대신 외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입장했다. 그 신부의 부모님들도 결혼 첫날 밤에는 웃음의 만리장성을 쌓았을 텐데, 저렇게 원수가 되어서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을 보는 나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레스토랑에서 보면, 서로 눈을 맞추고 정답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서로 한 눈 팔고 밥먹는 사람들도 있다. 앞에 앉은 배우자가 다른 테이블의 멋있는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리면, 화를 내기보다는 권태기가 왔다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다른 테이블 쪽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도 주인이 같이 놀아주면 좋아하는데, 하물며 결혼 생활에서 부부가 자신의 커리어, 혼빠진 신앙 생활 등등으로 서로를 위하지 않는다면 더 말할 나위가 있는가?
정든 직장을 떠날 때, 동료 중 한 이혼녀가 작별 인사하러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녀의 눈길이 쓰레기 통에 버려진 나의 헌 신발로 갔다. 점심 시간이면 운동삼아 걸어 다녔던 신발이었다. 머뭇거리더니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혼자 사니까 문간에 남자가 살고 있다는 표시라도 내고 싶단다. 그래서 집으로 가지고 가려던 나머지 헌 신발 한 켤레도 마저 줬더니, 그것은 뒷마당에 두겠단다. 지금도 그 두 켤레의 신발들이 자신에겐 큰 위안이 되고 있다고 한다.
고등학생 시절, 선생님 한분은 사모님이 평생 처음 한밤 중에 품 안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와서 놀라셨단다. 눈을 떠보니 도둑이 들어온 기척이 나서 두려움에 선생님의 품 안을 찾으셨다고 했다. 어느 이혼남의 이야기를 빌리면, 이혼 후 여자 속 내의 광고를 보니 기분이 묘해진다고 했다. 결국 부부는 서로에게 필요악이 되고있다.
중학교 동기 동창인 이재철 목사는 이 지역을 방문해서 한 설교에서, “사람은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이 못 이룬 일들을 한스럽게 생각지 않고 자신이 벌려 놓은 일을 후회하며 떠난다”고 했다. 부부는 매일 매일의 생활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상대방에 대해 조심스레 살아야 백년해로를 할 것 같다. TV 연속극 “소문난 칠공주”에서 장모 역의 나 문희가 “있을 때 잘혀, 살았을 때 잘혀”하는 말이 결코 헛된 말이 아니다. 그녀는 “이 방 저 방 다 다녀봐도 서방이 최고여”라며 과부인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대사도 남겼다.
성경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부부가 있다면, 아나니아와 삽비라이다 (사도행전 5장). 이들은 하나님 앞에 거짓을 말함으로써 죄를 지었지만, 한 마음이었고, 같은 날 죽었으며, 같은 장소에 묻혔다. 서로 마음이 통하지않는 기독교 부부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이를 두고 나더러 이단이라 할 사람도 있겠으나, 분명히 말하는 것은 기독교 부부간의 사랑은 이보다 더욱 돈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은 팽개치고 전도한답시고 다닌다면 정말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지난 6월 27일자 한국일보를 보면, “한국이 미망인이나 이혼녀에 대해 가장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회로 꼽혀 충격을 주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이러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사갈 때 오히려 남편이 이삿짐 트럭 운전수 옆에 꼭 붙어 앉는다는 이야기에 쓴 웃음을 짓는다. 다른 사람들이 다 가지고 간 것처럼 보이는 것이 행복이지만, 꼭 이혼만이 살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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