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곡가이다. 흔히 작곡을 한다고 하면 다들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다음의 질문들을 한다.정말 길을 가다가 갑자기 악상이 막 떠오르나요? 그 많은 악기 다 해요? 그럼 힛트곡이 뭐에요?
악상?
물론 작곡을 할때 악상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오선지를 꺼내 줄줄 써나가는 아마데우스 영화에서 보던 모습이 모든 작곡가의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작곡이라는 것이야말로 노력과 끈기가 중요하다. 갑자기 작곡하는 작곡가보다 도서관에서, 자기 서재에서, 책상에 앉아 매일 매일 꾸준히 곡을 써나가면서 발전하는 작곡가가 더 많을 것이다. 그 악상이라는 것은 멜로디로 떠오르는것만이 아니다. 시각적인 화상, 단어, 음색, 리듬, 구조, 또는 수학 공식.. 이 모든것이 악상, 곡의 재료가 될수 있다. 악상이 떠올라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시발점일뿐 그것을 곡으로 완성하는데 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루는 악기?
많은 악기를 다룰줄 아는 작곡가도 있다. 그러나 작곡가에게 악기가 필수적인것은 아니다. 악기를 단 하나도 다룰줄 모르는 작곡가가 퓰리처 상을 받기도 했었다. 한국에서는 작곡과 대학 입시에 피아노 시험이 꼭 있다. 피아노를 치는것이 작곡가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는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제도가 없다. 많이 하기 보다는 악기에 대해 많이 아는것이 중요하다. 악기의 음역, 고유의 특징, 음색 등을 알아 연주자가 무리 없이 연주할수 있도록 곡을 쓰는것이 작곡가의 책임이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연주해야하는 책임은 없다. 주로 작곡한 곡은 다른 연주자에 의해 연주되는 것이 일반인데 연주회때 이것도 못지 않게 떨린다.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라는 맘이 살짝 들기도 하면서...
그럼 마지막 질문. 힛트곡. 앗. 이거 참 곤란한 질문이다. 작곡가라면서 대단하게 경외의 눈으로 쳐다보며 질문하는 사람은 벌써 펜까지 꺼내 싸이을 받으려는 태세이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 작곡가에게는 힛트곡이라는 것이 없다. 일단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목적자체가 대중음악과 다르다. 힛트를 목적으로 하지 않다. 창조가 목적이다. 물론 요즘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크로스 오버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이 많기도 하다. 그러나 그 사람들에게조차도 힛트곡이라는 말은 다소 어색할 것이다.
그럼 대체 힛트곡 하나 작곡하지 않고 뭐하러 이것을 하냐고 할텐데...그렇다. 작곡하는 사람들은 조금은 미친 사람이 맞다. 모이면 밤을 새서라도 음악얘기를 할수 있는 사람들. ‘깊은 산속 옹달샘’을 무조(조성이 없는)로 부르는 사람들. 음표 하나에 목숨거는 사람들. 연주자 찾아 삼만리 연주 당일까지도 불안해 하는 사람들. 다른 음악을 들으면서도 자기 음악을 적을수 있는 사람들. 똑같이 절대 반복하지 않는 사람들.
오늘도 힛트의 기대도 바램도 없이 나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이 고되고 외롭게 곡을 쓰고 있을 것이다. 왜? 작곡가로 태어난 것을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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