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습관처럼 TV를 켰는데, 어떤 채널도 잡히지 않고 TV가 말 그대로 ‘먹통’이 되는 상황이 발생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2월부터 미전역에서 소수 채널을 제외하고 전면 디지털 방송이 실시되기 때문에 기술변화에 둔감한, 아니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정말로 이런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디지털 방송이 실시된다고 ‘뭐가 그리 대수냐’고 묻는다면 딱히 답이 없다. 하지만 방송 송출방식의 변경은 앞으로 미디어 업계는 물론 사람들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미 시험방송이 시작된 디지털 방송의 ‘맛’을 미리 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말처럼 기존 관념을 바꾸는 새로운 미디어인 디지털 공중파 방송의 등장은 몇 배수가 될 채널의 증가, 다양한 정보 방송, 이에 따른 광고 및 방송제작업계의 변화란 메시지를 갖고 성큼 시청자들에게 다가서는 중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케이블이나 위성 등 돈을 내는 서비스에 가입해 TV를 시청해왔다면 디지털방송 실시를 특별히 체감할 필요도 없이 매일 보던 똑같은 방송을 보는데 큰 지장이 없다. 단 TV 안테나에만 의존해 왔던 시청자들은 기존처럼 TV를 보기 위해서는 디지털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전환해 TV로 다시 전달해주는 컨버터박스를 장만해 TV에 연결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올해 초부터 여러 차례 관련 기사를 쓰게 되면서 시청자 입장에서 정부의 가이드에 따라 컨버터박스 구입용 쿠폰을 신청했고 받은 쿠폰을 받아 인근 소매업체에 가서 컨버터박스를 구입했고 실제로 TV에까지 연결해 봤다.
이미 거의 전 방송사들이 디지털 신호로도 송출하고 있기 때문에 셋업을 마치고 전 채널을 한 바퀴 돌려본 후 스스로 느낀 반응은 ‘와우!’였다. 우선은 거의 DVD를 보는 수준의 화질에 처음으로 압도됐고, 한 채널의 경우 디지털채널을 7개까지 쪼개 이미 다양한 소수계 방송사들에게 리스를 줘 시험방송을 하고 있거나 방송을 준비중이어서 본격 디지털 방송이 실시되면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가 됐듯 지상파 디지털 방송도 곧 채널의 바다가 되리란 것을 예감케 했다.
순전히 사견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좋은 화질과 다양한 채널을 무기로 사업을 해오던 케이블 및 위성 TV 업계는 디지털 공중파 방송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한 점차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방송업계의 재편도 점차 진행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디지털 방송이 가져올 잠재력을 예상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주류채널에서 5시에 방송되는 초저녁 뉴스에 한국어 캡션 작업을 한 후 이를 7시쯤 한국어 디지털 방송 채널에 자막을 입혀 재방송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이 부지런히 디지털방송 시장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한인 기업인의 설명이었다.
아날로그적 낭만을 간직했기 때문에 ‘디지털이라도 괜찮아’란 자위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생활을 변화시켜 놓을 디지털 방송 따라잡기를 오늘이라도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
배형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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