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드라마‘엄마가 뿔났다’에서 김혜자는 엄마, 아내, 며느리 노릇에 파업을 선언했다.
자식, 남편, 시아버지 뒷바라지에 지쳐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려고 뿔난 엄마가“집을 나가 혼자 쉬고 싶다”고 내뱉은 것은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말한“소유가 아니라 존재가 우선”이라는 것을 깨달은 폭탄선언이다.
소박하지만 모든 것을 가진 엄마는 자신의 생일조차 기억해주지 못하는 집안 식구들로부터 처절한 허탈감을, 자신을 파출부 취급하는 첫째 딸로부터 뼈 속까지 치미는 소외감을 느끼며 벼랑 끝에 서있는 자신의 존재에 눈을 뜨고 모든 식구들에게 도발적인 ‘NO’를 선언하고 여자의 불문율을 깨뜨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앞장서서 반기를 들어 유명해진 프랑스 작가 장 프랑수아 칸은 “‘NO’야 말로 인류 역사를 발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이라고 주장했다.
한 예로, 갈릴레오는 진리를 역행하는 종교재판을 향하여, 루소는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하여, 간디는 폭력적 항쟁에 대해, 마틴 루터 킹은 인종차별에 쐐기를 박으며 ‘NO’를 외쳤다.
‘NO’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와 가정에 남아있는 것은 통제, 규제, 그리고 억지뿐이다. 정부 지도자, 기업간부, 그리고 부모가, 국민, 직원, 자녀의 자유를 압력과 독단으로 진압하는 조직은 “닫혀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학자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닫힌 사회는 불문율이나 전통적 권위에 의존하고, 열린 사회는 이성과 자유가 표현되는 곳이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가정은 열린 가정인가? 말 한마디가 가정의 법이요 그것이 곧바로 실천되기를 강요하고, 자녀를 향해 모든 것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유토피아적 환상을 부모는 가지고 있지는 않는지. 자녀의 적성과 의견에 상관없이 대학, 심지어 전공까지 정해주지는 않는지.
자녀는 자녀대로, 영어 못한다고 부모를 따돌리고, 머리는 점점 커져 지식의 양은 늘었지만 감성은 메말라 가고 있지 않은지. 가족 사전에 ‘YES’만 기재되어 있고 ‘NO’는 삭제되지 않았는지 살펴 볼일이다.
회의와 비판의 화살, ‘NO’를 꺾고 인간의 숨통을 죄면, 캐나다의 임상 심리학자인 브루스 알렉산더가 연구한 독 안에 든 쥐처럼 된다.
그는 한 그룹의 쥐 16마리에게는 적당한 온도와 놀이시설을 갖춘 쾌적한 ‘쥐 공원’을 마련해 암컷 수컷이 함께 놀고, 쉬고, 새끼도 치게 하였다.
또 다른 그룹의 쥐 16마리에게는 아무런 편의시설 없는 비좁은 공간에 몰아 넣었다. 그리고 두 공간에 똑같이 달콤한 마약성 음료와 깨끗한 물을 주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협소한 공간에 갇힌 쥐들은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결국 약물만 탐닉했다. 한편, 쥐 공원의 쥐들은 달콤한 약물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정수 물만 마셨다.
머킬티오의 케미악 고교생이 마약 남용으로 죽고, 린우드의 메도우데일 고교 여학생이 자살하고, USC 대학생이 라스베가스에서 등록금 전부를 날리는 도박에 빠지는 것들은 무엇을 말하나?
숨막히는 공간에 갇힌 쥐가 보여준 약물중독 증세와 다를 바 없다.
숨통 죄는 쥐의 공간은 닫힌 가정에 비유된다. 뿔난 엄마의 ‘NO’를 인정하고 안식년을 허락한 김혜자의 가정은 열린 가정이다. ‘NO’는 김혜자 개인의 이성(理性)에서 나왔고, 이성은 개개인의 소유물이므로, 결국, 열린 가정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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