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에 한 번도 불평을 하지 않는 학생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 토를 달지 않고 열심히 자기 몫을 해내었다. 이 대견한 학생이 방학 시작 전에 한국으로 여행을 갔다. 대견한 학생이 당연히 방학 숙제를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한 이 꼼꼼 선생님은 이메일로 넘치지도 쳐지지도 않는다고 생각한 숙제를 알려 주었다.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터라 어떤 답장이 올까 내심 기다려졌다. 한국에서의 따끈따끈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해올까, 아니면 일기나 독서노트는 벌써부터 쓰고 있었다는 기특한 내용일까....대견한 학생에게서 온 메일은 딱 한 마디, 세 음절이었다.
“으아악.”
그랬단 말인가. 그토록 경악할 만한 숙제였단 말인가. 그 정도는 해야 되는데 하는 마음도 들었다가 너무 심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가 갈팡질팡 마음이 헷갈렸다. 그런 중에도 학생들이 너무한다고 아우성을 칠 때 살짝 재미있는 고약한 마음도 들었다. 휘저어졌던 마음이 가라앉자 혹시 내가 아이들의 개성을 목표 지점을 향해 돌진하면서 한 틀에 가두어두는 것은 아닐까, 조금 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갖도록 도와줬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반성하는 마음이 차르륵차르륵 솟아올랐다.
학창시절에 같은 헤어스타일에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책상에 앉아 같은 내용의 공부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싫어했던 바로 내가 각기 다른 모양새의 아이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닐까.
이효리가 더욱 멋지고 섹시한 모습으로 3집을 들고 나타났다. TV를 보지 않는 나는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이효리의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낸다. 자신의 일을 즐겁게 멋지게 해내는 그녀가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다. 자신감이나 프로의식 다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돈도(그것도 왕창) 벌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매력적이다. 그렇게 재능 있는 그녀가 학창시절에는 염색을 하고 다니다 선생님께 혼이 났다고 한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울컥했을 법도 하다.
문화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는 서태지도 더 멋있고 편안한 모습으로 4년 반 만에 돌아왔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그다. 그 당시의 선생님들은 중학교 때 밴드를 결성하고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한 그를 보고 뭐라 했을까. 아마 싹이 노랗다고 생각한 선생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성공했다.
서태지나 이효리에게 사람들이 슬플 때 위로가 되는 음악 한 소절을 지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었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재밌는 학교생활이 되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실력과 관심에 맞게 차별화된 숙제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었을까 반성이 된다. 으아악이라고 답장 보내온 대견한 학생, 미안하다. 내 다음엔 더 재밌고 차별화된 숙제를 준비해 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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