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마침내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미국의 여름방학은 말그대로 방학이다.
아이랑 방학동안 정말 원없이 미루어두었던 일들을 했던것 같다. 함께 가족 여행도 하고, 아이가 늘 하고 싶어했던 농구캠프도 보내고, 날마다 계획을 세워가며 친구들과 만나 아이들은 함께 놀리고 오랜만에 모여앉아 수다를 떨면서도 아이의 숙제걱정,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걱정같은것 없이 맘이 편해 좋았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아이가 쉬는 날은 나도 사무실일들을 뒤로 하고 함께 쉬며 아이와 침대에서 느즈막히 빠져나와 늦은 아침을 하고, 따뜻하게 마시는 커피한잔의 여유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아이의 개학을 앞두고 서서히 마음에 긴장감이 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걸, 엄마가 더 무서워 한다는 사실을 내 어린 아이는 알까? 어린 시절에 종이 한장을 펼쳐놓고 하루 생활계획표를 동그랗게 그리며 새학기를 시작했었는데, 지금은 아이의 스케쥴을 내가 잊을까봐 또 동그랗게 아이의 스케쥴표를 만들며 아이의 새학기를 시작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반갑기만 한 아이들 뒤로, 선생님의 관한 이야기들로 아이들보다 더 시끌벅적한 엄마들의 모습이 재밌다.
아이의 1학년때 선생님은 참 따뜻한 할머니 선생님이셨다. 처음 학교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학교는 정말 신나게 즐거운 곳이며, 글쓰기가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책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해주신 고마운 분이다. 높은 힐에 사신다며 산호세에서 절대로 눈이란 것을 구경할 수도 없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박스에 집앞에 눈을 담아와 만져보게 해주셨고, 손수 기른 사과를 따다가 정크푸드 대신 스낵으로 먹이시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생님이셨다. 2학년이된 후로도 반년이 넘도록 그 선생님을 만나러 1학년 교실을 찾는 내 아이를 그반 모든 아이들이 알아볼 정도로 그 선생님을 좋아했었다. 나는 그냥 그것이 참 고마웠다. 1학년에, 이제 학교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헌대, 그 선생님이 참 많은 엄마들 구설수에 오르내린다. 선생님이 잘 가르치시지 못한다고…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그 반에서 다른반으로 옮겨가겠노라 학교에 탄원서를 낸다고….
참 가슴아픈 일이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며, 부모인 우리 스스로가 정작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생님들을 우리 아이들에게서 밀어내고 있는건 아닌지… 정작 중요한 것들은 잊은채 아이들의 머리만 채우는 일에 우리가 앞장 서고 있는건 아닌지… 1학년 마지막 날, 외국인 학부모인 내 등을 두드리며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선생님의 그 고마운 얼굴이 떠올라 왠지 그 선생님을 변호하고 나서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이 참 미안하게만 느껴지는 하루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