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작가 펄벅은 “가정은 나의 대지이다. 나는 거기서 나의 정신적인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스위스의 교육자 페스탈로치는 “가정은 도덕상의 학교다. 가정에서의 인성 교육은 중요하다”며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의 옛 어른들 역시 늘 가정교육을 중시했다. 집안에서 보고 배운 행동을 사회에 나와서 고스란히 하게 되어 있는 만큼 인간의 성장과정에 있어서 가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우스베이 지역 고등학교의 한인 학생들이 주축으로 결성된 한미청소년커뮤니티(KAYC) 학생들이 최근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 4~6월 3개월간 121명의 한인 청소년(12~24세)들을 대상으로 약물남용과 관련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이 음주경험이 있거나 현재 술을 마시고 있으며 1명꼴로 마리화나(대마초)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또, 응답자의 11.7%는 흡연을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사실은 한인 청소년들의 술, 담배, 마약을 접하게 되는 경로가 다름 아닌 가정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 한인학생은 “부모님이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한다’며 술을 권해 처음 술을 마시게 됐고 이후 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집에 있는 술을 계속 마셨다”며 “부모님이 술을 주니까 성인으로 인정을 받는 것으로 알고 술을 마시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 중 하나로 “나는 한국인이니까”를 꼽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폭주를 즐기고 술자리를 좋아하는 한국인 특유의 음주 문화가 청소년들에게는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문화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 여기에는 한국 TV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의 음주 및 흡연 장면도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마리화나, 히로뽕(메탐페타민), 코카인과 같은 불법 마약을 접한 청소년들도 가족 중 사용자가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마리화나는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1명이 가족 가운데 마리화나 흡연자가 있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한인 가정에 마약은 깊숙이 퍼져 있었다.
아시안 약물남용 방지프로그램(AADAP)의 황효빈 교육담당자는 “집에서 가족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태우고, 마약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청소년들은 약물남용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가정교육은 단순히 공부 잘하고 똑똑한 자녀를 육성하는 것에만 그 목적이 있지 않고, 올바른 인성을 가진 건전한 성인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모가 자녀에게 하는 산교육이다. 그러나 가정내 가장 모범이 되어야할 부모가 술과 담배,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부모의 거울’이라는 자녀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며 자라게 될까? 담배를 태우고 술 마시는 자녀를 나무라기 전에 먼저 부모 스스로 자신들의 모습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김진호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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