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신문에 아주 짧막한 글을 올려 본 이래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으리라 생각하고 글을 쓴건 친구들에게 편지를 쓴 것이 이력의 전부인 내가 어쩌자고 덥썩 “여성의 창” 원고 청탁을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글 쓰는 일이 싫지는 않은터라 꼭 전문가가 아니어도 된다는, 그냥 삶의 흔적들을 솔직하게 보여주면 된다는 소리에 못할 일도 아니지 싶어 승락을 했다. 별다른 글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글 따위는 처음부터 욕심도 내지 않았다. 그저 내 진솔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다보면 누군가 공감하는 이가 있겠지 싶어 담담한 마음으로 원고 쓰기에 임했다. 이번이 벌써 네번째. 나름 자신감이 생긴다 싶더니 이번 주 원고를 쓰려고 컴퓨터를 켜고 앉으니 웬지 가슴이 자꾸 답답해진다.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던가? 왜 이리도 평범한 건가? 평균수명 80세로 치면 벌써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아왔건만 이렇게도 세상과 나누어야 할 나의 이야기거리가 없나 싶어지니 글쓰기는 뒤로 한 체 착잡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순간 순간 열심히 살았다. 부모님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했고 남편, 아들 뒷바라지도 누구못지 않게 열심히 했다. 희생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앞에 내걸고 싶지는 않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가족들에 투자한 시간에 견주어 내 자신을 위해 이룬 것이 너무도 없는 것 같다.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던 성공한 남편도 의젓하게 잘 자라준 자식도 그닥 내 공로 같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실패한 인생을 산 것일까?내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것 같은 이 기분, 자꾸만 홀로 내동댕이쳐진 것만 같은 이 기분, 과연 무얼까?
곰곰 생각해보니 내 인생의 주체가 내가 아니었기에 벌어진 일 같다. 내 일신의 성공을 위해 가족들의 삶을 무시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일반화 되어있는 세상이지만 아직도 여성이 가정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다. 그러니 내가 가정 대신 나의 성공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내 가정을 행복하게 꾸리는 일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내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일들로 생각해왔다면 어땠을까 싶다. 지금의 결과들을 내 성공으로 생각하고 기뻐하고 있지 않을까? 지나온 시간들, 추억들이 남들에게는 그리 특별치 않고 평범할지라도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돌아보니 언제나 내 인생은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들이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이 아닌 부모님을 위한 공부, 남들보다 조금 더 안정적이고 잘 나가고 싶은 몸부림, 다른이들의 자식보다 조금 더 잘 난 아들을 두고 싶은 욕심. 내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늘 보여지는 삶을 추구하다보니 내가 가진 지금의 모든 일상들이 축복받고 행복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이 없이 공허하고 한심하고 초라하게 느껴졌음이리라.
‘내겐 너무도 소중한 당신’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너무도 못생기고 볼품없지만 예쁘고 성공한 어떤 다른 여자보다 더 자신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그녀에게 붙여진 애칭이다. 내 인생이 돌아보기에 너무 평범하다해서, 또 남들에 비해 내세울 것이 없다 해서 불행할 이유는 없다.난 ‘내겐 너무도 소중한 내 인생’을 살아온 것이기에. 이 세상 누구라도 내 인생을 나만큼 아름답게 살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내 인생은 나만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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