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사고 참사 딛고 아동후원 단체 만든 이일섭씨
남가주 신장협회 회장인 김정아(48)씨와 프리랜서 사진작가 이일섭(38·작가명 이겸)씨 가족이 탑승한 차량이 지난 14일 오후 애리조나주 세도나로 향하던 도중 전복돼 김 회장과 이씨의 생후 3개월 된 딸이 사망하고, 이씨 부부는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본보 2007년 3월16일자 보도)
‘존 뮤어 트레일’ 완주
사진집 내년 출간예정
수익금 전액 기부키로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왼손의 상처가 그 때 생긴 것인지. 설령 아니라 해도 그의 마음에는 더 큰 아픔이 자리하고 있을 것 같았다.
지난 해 교통사고를 당한 뒤 한국으로 돌아간 이일섭(40)씨가 다시 미국을 찾았다.
이씨는 등반인들에게 꿈의 코스로 불리는 ‘존 뮤어 트레일’(JMT)을 지난 달 18일부터 8월4일까지 17박18일 동안 완주했다.
“지난 해 사고를 아픈 기억이 아니라…. 굳이 넘어졌다고 표현한다면 여기에서 다시 일어나고 싶었습니다.”
이씨는 사고를 전후로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누구나 큰 일을 겪고 나면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단다. 전엔 내 가족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과 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김승자, 손명진, 차숙희, 정명희….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나니 끈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 첫째 딸 지오(Geo: 땅)의 마지막 길을 지켜준 ‘누나들’이다.
지오를 떠나 보낸 뒤 이 땅에 누가 있는 지 돌아봤다. 우리가 사랑을 베풀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아이들…. 가난과 질병에 고통하는 지구촌 어린이들이 보였다. 지난 해 11월 ‘밝은 벗’이라는 아동후원 단체를 설립했다.
‘월드비전 코리아’를 통해 아동후원을 시작한 회원들에게 무료로 사진을 가르쳐 주고 있다. 어느새 58명의 볼리비아 어린이들이 ‘밝은 벗’ 회원들과 보이지 않는 사랑의 끈으로 연결됐다.
사진 전시회 수익금으로도 아이들을 도왔고, 전시회에서 후원아동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작품을 선물했다. 이번 존 뮤어 트레일 여행기도 내년께 책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물론 수익금은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언젠가는 ‘지오’라는 이름으로 봉사단체를 만들어 하늘나라에 살고 있는 지오의 이름을 이 땅에도 남겨주고 싶다.
아내 임진미씨는 지난 2월13일 둘째 딸 소윤을 순산했다. 108일을 살았던 지오에게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소윤이에게서 발견하며 조금씩 치유됨을 느낀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임진미를 만나서 너무 행복하고 존경한다고. 소윤이가 태어나줘서 고맙고, 한없이 사랑한다고. 지오, 정아 누나, 빛으로 살길 바란다고 꼭 써주세요. 사진은 활짝 웃는 것으로 보내드릴께요”
왼손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이젠 상처가 아닌 흔적이므로. 이 땅에서 사랑의 씨앗이 되어준 지오가 참 고맙다.
<김동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