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아침공기를 맞으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맛이 일품이다.
아이와의 바쁜 아침을 보내고 서둘러 사무실로 향한다. 가끔은 그냥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를 기다리며 집에서 쉬다가 정리되고 우아한 모습으로 아이를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사무실 창문너머로 들어오는 상쾌한 아침공기를 맞으며 마시는 커피 한잔의 맛은 분주함에 마음을 흔들었던 그 유혹도 말끔히 씯어 버리곤 한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는 여러 다른 일들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작고 볼품없는 빌딩이지만, 그곳에서 벌써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우리 옆방에는 긴 시간을 함께 한 장로님이 계시다. 회계사 일을 하시는 분이라, Tax관련된 어려운 서류는 “죄송한데요”하며 늘 그분께 가져다 드린다. 나이 많으신 목사님들이 함께 그 사무실을 쓰시는데, 멋진 붓글씨를 쓰셔서는 선물로 주시곤 하신다.
맞은편 방에는 미국분이 운영하는 기타 학원이 있다. 일반빌딩에 참 안어울리다 싶지만, 멋들어진 기타 연주가 흘러나올때면 생음악이 흐르는 멋진 카페도 안부럽다. 가끔은 이제 기타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정말 참기 힘든 연주도 있지만 말이다.
그 맞은편에는 한국분이 하시는 한의원이 있다. 그방에서는 늘 구수하게 한약다리는 냄새가 난다. 웬지 그 냄새만으로도 이 빌딩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해 질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우리가 쓰는 아래층 사무실에서는 신문을 만드시는 목사님이 틀어놓으신 귀에 익은 성가가 흘러나온다. 가끔은 기도하러 오시는 분들의 우렁찬 찬양과 기도의 소리가 울려퍼지기도 한다. 그 옆에는 베트남 아저씨가 하시는 작은 이발소가 있다. 아이들과 남자 머리가 $10이라고 커다랗게 걸어놓은 간판이 늘 마음에 있으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냥 눈에만 익은 이발소다. 그 이발소 주인 아저씨는 아침에 늘 얼마나 크고 상쾌한 목소리로 “Good Morning!”을 외치는지 모른다. 그 목소리에 대답하는 내 목소리도 한층 높아지게 말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우리 빌딩에 한 사람. 바로 늘 아침 10시면 어김없이 빌딩 쓰레기 통으로 출근을 하는 홈레스 아저씨다.
벌써 이 아저씨가 이곳을 찾은지도 3년이 넘은 것 같다. 쓰레기통을 열어 재활용병들을 모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그분의 유일한 재산이라 생각되는 자전거를 커다란 쓰레기통 뒤에 숨겨놓고 하루 종일 빈병을 모아서 이곳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어찌나 성격이 강하신지, 절대로 하이도 한번 안할 뿐더러, 추운날 따뜻한 커피한잔을 들고 나갔다가 퇴자를 맞은적도 있다. 문이 닫혀 있으면 장로님이 왜 안나오실까 걱정이 되고, 기타 소리가 안들리면 기타 학원이 쉬나? 싶고, 한약냄새가 안나면 그분들이 또 궁금해 지고, 아침에 이발소 아저씨의 우렁찬 목소리가 안들리면 장사가 잘 안되시나 걱정이 되듯, 아침 10시가 되어도 보이지 않는 홈레스 아저씨를 사무실 식구들이 모여앉아 걱정을 하는 걸 보면 분명 그 아저씨도 우리 빌딩에 한 식구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각자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이렇게 우리는 한빌딩에 한 가족으로 만났다. 안보면 궁금해 지는 가족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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