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머리를 스트레이트 세트로 일축하고 US오픈 5연패에 성공한 로저 페더러가 코트 바닥에 쓰러져 환호하고 있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빼앗긴 ‘넘버 2’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US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무관 시즌을 모면하며 ‘황제’의 자존심을 다소 회복했다.
8일 뉴욕 플러싱메도우에서 펼쳐진 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페더러는 준결승에서 나달을 꺾고 올라온 스코틀랜드의 앤디 머리(세계 6위)를 세트스코어 3-0(6-2, 7-5, 6-2)으로 일축하고 우승, 대회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페더러는 1968년 테니스계에 오픈시대가 열린 이후 처음으로 US오픈 남자단식 5연패에 성공한 선수가 되며 지미 코너스, 피트 샘프라스와 함께 대회 최다우승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페더러는 또 생애 통산 메이저 13승째를 따내 샘프라스가 보유한 메이저 14승 대기록에 1승 앞으로 다가섰다.
전날 예상을 뒤엎고 나달을 꺾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라온 6번시드 머리(21)는 이날 영국인으론 72년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챔피언에 도전했으나 시즌 ‘메이저 무관’ 수모를 면하기 위해 배수진을 치고 나선 페더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페더러는 첫 세트를 2게임만 내주고 가볍게 따낸 뒤 이날 승부의 고비였던 2세트 6-5 상황에서 머리의 서브게임을 한 포인트도 내주지 않고 따내 세트스코어 2-0 리드를 잡으며 승기를 굳혔다. 사기가 떨어진 머리는 3세트에 첫 5게임을 내리 뺏기며 무력하게 무너졌고 이후 2게임을 따라갔으나 이미 기울어진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페더러는 마지막 머리의 리턴샷이 네트에 걸리자 그대로 코트바닥에 쓰러져 포효하며 시즌 첫 메이저 우승의 감격을 만끽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노박 조코비치에 덜미를 잡혀 4강에서 탈락한 페더러는 이어 프렌치오픈 결승에선 나달에 3세트동안 단 4게임만 따낸 채 무참하게 참패해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고 이어 윔블던 결승에선 나달과 테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대 혈전을 펼쳤으나 결국 최종 5세트에서 7-9로 패해 또 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몬테카를로와 함부르크 매스터스에 이어 프렌치오픈까지 3개 클레이코트대회 결승에서 ‘클레이코트 제왕’ 나달에 진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으나 잔디코트인 윔블던에서 패한 것은 결정적으로 ‘황제’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 이후 페더러는 토론토와 신시내티 대회에서 잇달아 초반 탈락하며 237주 연속 지켜온 세계 1위 자리에서 밀려나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끝내 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US오픈에서 정상 복귀에 성공, 땅에 떨어졌던 ‘황제’의 자존심을 살려냈다.
1925년 빌 틸든 이후 처음으로 US오픈 5연패에 성공한 선수가 된 페더러는 경기 후 “오랜만에 내가 무적인 것 같다는 느낌을 되찾았다”면서 “한가지는 확실하다. 메이저 타이틀 행진이 13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고 말해 아직도 ‘황제로서 자신감’을 잃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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