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4월 6일 북극 정복의 낭보가 타전됐다. 로버트 피어리와 매튜 헨슨, 그리고 4명의 에스키모인 들로 구성된 탐험대였다. 피어리는 아내가 손수 만든 성조기를 북극점에 꽂았다.
이 역사적 광경을 희미한 전송사진으로 보고 미국은 열광했다. 나중에 측량착오로 극점에서 수십 마일 못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미 의회는 피어리의 영웅적인 쾌거를 인정하고 최고훈장을 수여했다.
피어리의 동반자 매튜 헨슨은 흑인이었다. 당시 극지 탐험에 흑인이 참여하리라곤 아무도 예측 못했고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여 그가 부상당한 피어리보다 극점을 먼저 밟았음에도 그의 행적은 묻혀버렸다. 백년이 지난 근래에야 비로소 그의 공적이 인정되고 국립묘지 피어리 곁으로 이장됐다.
고아였던 헨슨은 일찍부터 배를 탔다고 한다. 항해술과 글도 배에서 깨쳤다. 그후 24세 때 피어리의 탐험대에 합류, 7년 동안 근 9만 마일의 극지를 누비며 베테랑이 됐다. 에스키모들도 놀랄 만큼 개 썰매 제작과 조종에 능했다. 게다가 에스키모 말도 유창했던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그가 없었으면 북극탐험이 성공치 못했을 것이라고 후대 역사가들은 그를 재조명하고 있다.
100년 전, 피어리와 헨슨이 답사했던 북극해는 꽁꽁 언 빙해(氷海)였다. 엄청난 혹한으로 수 차례 답사에 실패한 그들은 그린랜드 근처, 캐나다 최 북방 엘스미어 섬에서의 최단코스를 택했다. 거기서 헨슨이 손수 만든 썰매를 130마리의 허스키들이 끌고 북극점까지 한달 이상 걸려 닿았던 것이다.
그런데 위성사진은 1979년께 부터 북극해의 이상징조를 포착하기 시작했다. 만년빙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3년 전부터는 해빙이 급속화돼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주를 합한 넓이만큼의 얼음이 사라졌다. 눈 깜짝할 새 북극 얼음이 반이나 녹아버린 것이다. 이번 여름엔 고작 4백만 평방 킬로미터 남았다. 유조선이 북극해를 횡단할 수 있는 북동항로까지 뚫리게 됐다.
게다가 얼음 두께도 점점 줄고 있다. 극 한가운데 얼음 두께가 고작 1미터 안팎이다. 5-6년 전에 비해 반으로 준 게다. 과학자들은 12만년만에 처음 보는 심각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이런 상태면 20년 안에 북극해의 얼음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해빙의 원인은 물론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그런데 만년빙이 이렇게 빨리 녹는 이유는 얼음이 사라진 만큼 태양열 반사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러난 바닷물은 태양열을 더 흡수, 북극해의 온도를 계속 오르게 한다.
북극해가 녹자 연안국들 -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은 즉각 탐사에 착수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매장된 석유자원을 선점하려는 기회주의적 발로에서다. 북극해에는 세계 3년간의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발빠르게 벌써 북극 해저 상에 국기를 꽂고 영토권을 주장했다. 연안 2백 해리 밖이라도 대륙붕 위의 유전은 그 채굴권을 인정하는 국제법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심보다.
북극해의 해빙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흰곰임이 잘 알려져 있다. 유빙 서식지를 잃기 때문이다. 50-100마일 얼음을 찾아 헤엄치다가 익사하는 곰들이 늘고 있다. 헌데 가해자인 인간들은 해결은커녕, 석유를 캐내 최대의 수혜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 살을 갉아먹는 인간들을 공의로운 자연이 과연 언제까지 수혜자로 놓아둘 건가는 큰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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