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활달하면서도 성적매력 만점에 따라하기 열풍
스타일 전략은 여성후보들에겐 힘든 도전
‘친근과 권위·진지와 미모’동시 표현해야
전쟁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제대책은요? 그런데 그 테 없는 안경과 부풀린 헤어스타일은 언제부터 인가요?
대통령 선거에서 금년처럼 ‘스타일’이 중요시 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이 열띤 접전이 타블로이드 주간지나 유명인에 집착하는 요즘 컬처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전국무대에 등장한 여성인사들이 많아졌고 그들이 각각 서로 다른 스타일 전략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선거 전면에 나선 여성들의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힐러리 클린턴의 중성적 팬츠수츠가 비평의 대상이 되었고 신디 매케인의 30만달러 상당의 전당대회 옷차림이 입방아에 올랐으며 미셸 오바마의 재클린 케네디 닮은 드레스 맵시가 디자이너들에게서 합격점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한 주 남짓, ‘스타일 스포트라이트’는 혜성처럼 등장한 뉴페이스가 완전히 독점하고 말았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 그의 가와사키704 무테안경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고 한물 지나도 한참 지난 것 같은 부풀린 헤어스타일이 새로운 유행의 물결을 탈 기세다. 페일린 안경, 페일린 가발에 페일린 구두까지 업체들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페일린 스타일 따라하기 열풍이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패션은 후보를 포장하는 상당히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남자들의 경우 머리 염색이나 TV출연시 메이컵 정도인데 비해 여성 후보의 패션 스타일은 보다 큰 역할을 한다. 그것은 힘든 도전이기도 하다 : 자신의 용모나 의상보다는 이슈에 비중이 가도록 해야 한다. 젠체하는 엘리트가 아닌 친근하게 보이도록 해야 하지만 권위를 잃으면 안 된다. 현재 스타일을 어떻게 바꿔야 사람들이 나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인가. 유권자들에게 나의 진수를 보여주려면 나의 스타일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미인대회 입상자에서 학부모회의 대표를 거쳐 정치가로 변신한 페일린은 상당히 영리한 스타일 전략을 구사한다. 지난 2월, 그의 부통령후보설이 잠깐 흘러나왔을 때 그는 보그잡지와 인터뷰에서 “난 그냥 위로 꿍쳐 올린 머리와 학부모스타일 안경으로 될수록 털털하게 보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도 패션매니아들의 요새로 이름난 보그에 실리는 것은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 힐러리는 이 잡지와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부통령 스타일’로 정제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그는 전혀 추하지 않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미 프로처럼 이미지게임을 능숙하게 운영한다. 존 매케인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받은 날 입었던 까만 새틴 자켓은 가슴 계곡이 약간 드러나 보일 정도의 로우 컷이었다. 이 정치적 결혼에서 페일린은 자신이 ‘트로피 와이프’인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연구대상이다. 손질을 전혀 안한 듯 아무렇게나 보이기도 하고 완벽하게 손질한 것 같기도 하다. 다소 헝크러진듯 한 느낌은 ‘아이 다섯 키우는 하키 맘에다 주정부도 다스리고, 무스 사냥도 가야하는데 머리 손질할 사이가 어디 있느냐’는 소탈하고 활달한 분위기를 대변한다. 한편 앞을 부풀린 스타일은 자가용 제트기에 전속 미용사를 대동하고 다니는 공화당 큰손들에게 어필하는 전통적 분위기를 말해준다. 하루를 끝낸 잠자리에선 탐스런 긴머리채를 늘어뜨리는…(대부분 여성정치인들의 머리는 짧다)
몸에 꼭 맞는 펜슬스커트, 스타킹도 안신은 날씬한 다리에 발가락이 드러나는 빨간색 하이힐을 신고 유세장을 누비는 그녀는 활력에 넘쳐 보인다. 남성들 뿐 아니라 그녀의 스타일엔 여성들도 열광한다.
스타일이 실력을 대신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페일린의 자질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지금 유권자들이 알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스타일뿐이다. 앞으로 페일린의 외교와 경제정책, 에너지, 교육, 헬스케어 대책등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 무테안경이나 헤어스타일은 조명 밖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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