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상으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열차사고는 1918년 7월9일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일어났다. 승객을 가득 태운 두 대의 여객열차가 내쉬빌 인근에서 정면충돌해 최소한 121명의 사망자를 내고 부상자도 1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 참사는 현재까지 미국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철도사고로 기록되어 있다.
비교적 근래의 사고로는 15년전인 1993년 앨라배마주 모빌 인근에서 발생했던 앰트랙 추락사고의 여파가 컸다. 앰트랙 열차가 구조물에 손상이 간 철교를 지나다 다리 아래 강어귀로 추락해 47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였는데, 이로 인해 철도의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었다. 지난주 채스워스에서 일어난 메트로링크 통근열차 충돌 사고는 인명피해 규모 면에서 이 모빌 앰트랙 추락사고 이후 가장 큰 철도 참사라는 보도다.
자료를 뒤져보면 이같은 대형 참사가 아니라도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연방 철도청(FRA) 통계를 보니 2007년 한 해 전국적으로 일어난 철도 사고는 모두 1만3,236건이나 되고 이로 인해 846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중 대다수가 철도 건널목 사고이지만, 열차간 직접 충돌도 201건이나 발생해 모두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데 이번 채스워스 메트로링크 사고 사망자수가 이미 25명으로 작년 한 해 충돌로 인한 사망자 전체의 3배나 되니 이번 사고가 얼마나 큰 재난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열차 충돌사고는 치사율이 자동차 사고보다 30배가 더 높다는 통계가 있다. 한번 사고가 났다 하면 항공기 사고 못지않은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일쑤다. 그런데 이렇게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열차가 생각보다 안전장치가 소홀하게 되어 있다는데 새삼 놀라게 된다. 승객들이 안전벨트만 매고 있었어도 인명피해가 훨씬 적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안전의식이나 제도가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에서도 열차 좌석에 벨트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으나 의아할 뿐이다.
이같은 사고 방지를 위해 위성을 이용해 열차간 충돌 위험을 감지, 유사시 자동적으로 열차를 멈추게 하는 첨단 충돌방지 시스템이 있는데, 메트로링크 당국이 연방교통안전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비용 등을 이유로 이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희생자 가족들의 소송이 봇물을 이루고 그 보상금 청구 규모가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막대한 보상금을 물게 될 판인데, 그 비용을 25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기 전에 참사를 방지하는 시스템에 사용했더라면 하는 뒤늦은 아쉬움이 크다. 여러모로 이번 사고는 다수의 인명이 위험이 처할 수 있는 곳에서는 그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함을 다시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듯하다.
김종하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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