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눈이 철철 내리는 날이면
깊은 산중으로/우리 단 하루라도 여행을 가자.
우리 그렇게 하자.
그래서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눈물과 회환을
산속 깊은 곳에다/파묻어 버리고 오자.
봄이 와서 눈이 녹고
묻어 두었던 그 아픔들이 가슴을 다시 치면
또/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지금까지도 어떻게든 살아오고 있는데..

친구와 Sugar Bowl 스키장으로 여행을 가서 쓴 졸시

우리는 때로 삶의 허무함에 빠져 들때가 있다.
행복하던 불행하던 아니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없던 간에 이 허무한 마음은 느닷없이 쳐들어 오곤 하는것 같다.

더구나 이제는 마음이 좀 넉넉해 질 만한 이런 나이가 되었는데도 그 허무함은 반대 급부로 문득문득 우리의 감성의 질서를 허물어 뜨리는 위력이 있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밤낮으로 살았는지 그 목적의식이 상실되기도 하고 ,또한 자신의 정체성이 불확실해 지곤 하여 애궂은 주위 사람들한테 우울함을 전염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방황은 어쩌면 한번 쯤은 치루고 나는 당연한 의식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을 잘 하지 못하면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미국에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하여 전화를 받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누구에겐가 마음을 하소연 하여야 하는데 친구도 없고 대화할 곳이 없으면 그 마음을 안으로 삭이고 삭이고 하다가 마음의 병을 얻고 그것이 육체의 병으로까지 진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삶의 허무함에서 힘들어 할때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여행 또한 참으로 좋은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나의 친한 친구 하나는 미국에 이민 와서 까다로운 남편의 성격 맞추면서 사업 일구느라 많이 힘들어 했다. 그녀는 매일 매일 지쳐했었고 우울해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여행을 계획하였고 실천에 옮겼다.
눈이 그치지않고 철철내리는 스키장의 산속에서 우리는 눈이 나뭇가지에서 툭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속내 깊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울함의 근원을 우리는 이야기 하였는데 자기 기대치와 현실사이에서의 비애의식 혹은 존재의 허무함에서 겪는 상실감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은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상실감을 극복하려는 뜨거운 가슴을 가진, 그래서 앓는 것이라 결론을 짓기도 하였다.

또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해 내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나의 친구 하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과 큰 말썽 없이 잘 자라준 아이들이 다 커버린 후 스스로의 존재가치에 대하여 늘 자괴감을 느끼곤 하였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할 여유도 없이 흘러간 세월이 아쉬웠다. 그러나 더 늦기전에 무엇인가 하겠다고 제과 기술을 배우고 있다. 공방 슈크레의 공은숙 선생한테 열심히 배우더니 이제는 일본 제빵 책을 보기 위해서 아예 일본어 까지 마스터 한다고 한다.

<행복이 가득한 집>이란 잡지책에서 앞치마 두르고 빵 굽는 모습의 그녀의 기사. 내가 언제 삶의 허무를 느끼며 방황하였나요? 하고 묻는듯한 그녀의 환한 얼굴이 예뻤다.

그런데 여행이던 혹은 한가지 일에 몰두를 하던 이러한 결정은 그렇게 쉽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였다.

아마도 에리히 프롬의 말대로” 자신의 느낌을 중시하고 독자적으로 생각하며 스스로 결정해 행동하려는 용기” 를 실천한 결과일 것이다.

내 인생을 한번쯤 돌아볼 만한 나이인 우리. 허무의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 가든, 혹은 노를 저어 앞으로 나가던 모두 나의 의지와 결단력에 달린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