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 학교 등록철이라 이런 저런 전화 문의를 많이 받곤 한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열성이 느껴지고 문의해주신 학부모님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한국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몇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나름대로 여러 유형의 가정들로 분류해 보게 된다.
첫 장면은 20대 후반의 아들과 50대 아버지가 대화를 한다. 아들은 계속 아버지의 한국말을 듣고 영어로 얘기하고 아버진 아들의 영어를 듣고 한국말로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알아 듣기는 하나 모두 자기가 하기 편한 언어로 얘기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 한번은 엄마는 간단한 영어 단어를 섞어 한국말로 얘기하면 딸은 간단한 한국말을 간혹 섞어 간단한 영어로 대화하는 가정을 보았다. 딸에게 엄마 얘기 다 이해하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대충 알아 듣는다고 했다. 긴 장거리 여행에도 엄마는 한국말로, 딸은 영어로 각자의 친구들에게 전화로 수다 떨뿐 둘 사이에 대화가 적다. 둘 다 영어로만 한국어로만 얘기하기엔 뭔가 부족한 경우다. 부모도 어중간 하게 영어를 알고 아이도 한국어를 어중간 하게 아는 경우이다.
또 하나는 부모가 영어를 잘 해서 집에서도 영어만 사용하는 경우다. 한국말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에 전혀 가르치지 않은 가정도 있고 뒤늦게 부모가 가르칠려고 한국 학교를 보내는 가정도 있다. 간혹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아들, 딸에게는 한국어를 못 가르쳤지만 뒤늦게 손주들만이라도 가르치시겠다고 데리고 오시기도 하고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이 본인이 배우러 오거나 자식들만이라도 가르치려고 보내기도 한다. 그럴 때 글자 읽는 것은 금방 쉽게 되는 편이나 집에서 쓰질 않으니 한국말이 잘 늘질 않는다.
어떤 가정은 부모가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해서, 혹은 부모가 영어를 잘 할 수 있어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은 한국말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잘 가르쳐서 자녀들이 한국말을 잘 하는 경우이다. 부모와 같이 한국 드라마나 쇼 프로도 같이 보고 한국어로 얘기하다보니 한국의 사상과 가치관, 문화등이 자연스레 공유하게 된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 중엔 글짓기도 잘 해서 백일장에서 큰 상을 타는 학생들도 있다. 주말에 바쁜데 틈을 내서 한국학교를 보내고 한국어로 일기도 쓰게 하고 책도 읽히는등 그렇게 한국어를 잘 하기까지 부모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그만큼의 결과가 있게 되는 것 같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내 아이의 영어 선생님도 집에서 모국어를 써주는 것이 영어 표현에도 좋다고 하시며 이중 언어를 쓰도록 권하셨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몇 가정 얘기했지만 더 많은 가정 유형이 있고 또 생길 지 모르겠다. 2세, 3세, 4세때 가면 영어로 얘기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할텐데 한국어를 굳이 배우려고 할 지, 혹은 한국어를 얼마나 잘 지키고 보전해 나갈 지 염려스러운 마음이 든다.
말과 글엔 그나라 민족의 사상과 얼이 담겨 있다는데 기왕이면 미국에서 살지만, 할 수 있는 한 힘 닿는데로 한국어를 가르쳐서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 부모이다. 될 수 있으면 어려서부터 가르치고 부모가 영어를 잘 할 수 있어도 한국 말을 집에서 많이 사용해 준다면 그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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