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나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무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중에서
쌀쌀한 날씨가 돌아오면 괜히 마음이 설레이곤 한다.
소양인 체질이라 더위를 잘 이겨내지 못하는 나에게는 겨울이 훨씬 체질적으로도 맞다. 더운 날씨 보다는 약간은 춥고 옷깃이라도 세우는 날이라야 멋부리기에 좋기 때문에라도 더욱 마음이 설렌다. 아니 이왕 같은 옷을 입어도 반바지나 슬리퍼 차림보다는 겨울의 옷차림이 누구에게나 대체적으로 멋이 있는것 같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날씨. 안개는 자욱히 바다로 부터 불어와 대지를 적시고 빌딩을 휘감으며 내려깔릴때 따스한 양털로 만든 목도리, 가벼운 울 코트, 그리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 신고 가죽으로 만든 장갑 하나면 신나는 겨울 맞이가 되기 때문이다.
바람이 옷깃 사이로 파고 드는 겨울 어느날 영화 “SEX & CITY” 에서 처럼 최고의 명품으로 휘감지는 못했을 지언정 명품보다 더욱 진솔한 친구들과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의 시라도 논할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어울리는 샌프란시스코의 겨울. 그 겨울의 길목에 서서 다가오는 새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한다.
예전에는 옷을 많이 만들어 입기도 하였는데 그럴 시간이 없는 지금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세상에 단 한벌 뿐인 옷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옷을 직접 디자인 하고 천을 재단과 바느질 하여 드디에 제 멋에 취해서 걸치고 다니는 기분은 백화점에서 사서 입는 기분하고는 하늘 과 땅의 차이였는데 말이다.
이곳의 패션은 유럽이나 한국과는 달라 일반적으로 군더더기 장식이 없는심플한 라인이 어울리곤 한다. 그러나 한국에 사는 여성들의 대체적은 취향은 화려한 장식과 아기자기하게 컷을 한 옷들을 좋아하고 또한 그런 옷들이 그곳에서는 나름대로 멋지기도 하다 . 그래서 가끔 서울에 가면 첫눈에 예쁜 옷을 몇개 사가지고 오기도 하는데 참 난감하게도 이곳의 분위기와 어울리지를 않아 실패를 자주 하곤 한다. 물론 잘 고르면 멋진 옷을 남대문이나 명동 상가에서도 싼 값에 살 수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밀란이나 뉴욕등지에서 패션 쇼가 끝나면 한국은 며칠 안으로 유행할 옷을 만들어 내곤 한다. 또한 유명한 탤런트가 입었던 옷이 멋지다고 하면 그 옷이 유행의 대박을 터뜨리게 하기도 한다.
물론 유행도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다 스스로의 자아 보다는 대중에 길들여 있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개성과는 상관 없이 타인들의 유행의 물결만 따라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주체는 없고 옷만 있을 뿐이다. 유행을 무조건 맹종하면서 쫒아 하는 것 보다는 본인 각자에게 어울리는 개성을 찾아내어 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패션을 리드한다는 마음으로 나만의 색깔을 내고 나만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은 비싼 가격의 명품 보다도 더욱 드라마틱하고 멋지지 않겠는가?
바람 불고 안개가 자욱한 날 이런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같이 바다가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CLIFF HOUSE 앉아 오늘 만큼은 반찬 걱정 안하고 대신 우리의 인생을 논하고 우리곁을 맴도는 예술을 이야기한다면 살 속을 파고드는 추위쯤이야 대수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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