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내 본분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엉터리 신자이다. 제대로 외우고 있는 기도문도 없고 성경도 제대로 한번 읽어본적이 없어 누가 성경 구절에 대해 질문이라도 해올까 어디가서 선뜻 신자라고 나서지도 못한다. 그런 내가 하느님을 찾고 기도를 할 때는 무언가 내 욕심을 차리고 싶을 때이다. ‘제가 돈을 많이 많이 벌어서 제발 돈 걱정 좀 안하게 해주십시요’, ‘아들의 시험 성적이 좋게 나오게 해주십시요’등등 다분히 세속적이고 유치한 바램들이다.
아들의 대학지원이 얼마 남지 않자 당연히 또 내 욕심차리기 기도가 시작되었다. 한편으로는 어느 곳이든 본인이 원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대학이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기왕이면’이란 욕심이 스물스물 올라오니 당연히 ‘시험을 잘보게 해주십시요,’ ‘ 갈 수 있다면 좋은 대학에 가게 해주십시요’ 하는 것이 내 기도의 레퍼토리였다. 버스를 타고 오가며 또는 틈틈이 생각나는 대로 간단히 기도를 하다 웬지 이렇게 성의없이 기도를 하면 들어주시지 않을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묵주기도를 바치기로 결심했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그래도 무언가 정성은 들여야지 싶어서 말이다. 얼마나 엉터리 신자생활을 했었는지 기도문들도 다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기도문을 다운로드 받고 묵주를 빌려오고 이런 저런 준비 끝에 기도를 시작했다.
묵주기도 중에는 여러 종류의 기도를 바치게 되는데 그 중 주기도문을 외우다보니 자꾸만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란 문구가 맘에 걸려와서 정작 빌고 있던 아들의 대학에 대한 기도는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오늘 하루만도 내가 얼마나 많은 잘못을 하고 또 옳지 않은 생각을 했으며 그 잘못들이 용서되길 마음 속으로 기원했으면서 과연 난 나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얼마나 용서하며 살고 있는걸까 생각을 하니 참으로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잘못한 이는 하나도 용서할 마음이 없으며서 내 죄는 끊임없이 용서되길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사소한 일 부터 중대한 일까지 마음 속 깊이 꽁꽁 묻어두고 화를내고 분개하며 사는 일이 너무 많았다. 용서는 커녕 가끔은 그 일을 내게 행한 사람들이 불행해질 수 있으면 참으로 고소하겠다는 생각도 서스름없이 했던 것 같다. 과연 내가 그들 중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을까? 크고 작은 일로 섭섭한 가족은 그래도 노력하면 용서가 되겠지 싶다. 친한 친구? 그래 뭐 친구는... 친구까지는 용서할 수도 있을 듯 싶다. 그런데 내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별로 친하지도 않던 그 친구는? 불쾌한 일로 부딪치게 되었던 가게의 점원은? 운전을 하며 시비가 붙었던 뒷차의 운전자 아저씨는? 왜 이리 가슴 속에 묻어두고 산 용서못할(?) 죄인들이 많던지 몇 년 전 잠깐씩 스치고 말았을 뿐인데도 그들의 얼굴마저도 생생한게 아직도 내가 다시 만날 일도 없는 그들을 용서하지 못한체 가슴에 안고 살고 있구나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는 아무래도 내겐 과분한 과제이지 싶다. 하지만 내가 다른 이들을 용서치도 못하면서 감히 내 죄의 용서를 빌 수 있는걸까 생각하니 그래도 무언가 하는 흉내라도 내어보아야지 싶다. 걔는 도대체 뭐가 부족해 그 모양이냐고 덩달아 흉을 보는대신 그 친구의 마음의 평화를 조용히 빌어본다. 어디가서 콱 사고나 나버려라 하고 마음 속으로 빌던, 내게 욕지거리를 하던 그 운전사 아저씨의 무사운전을 빌어본다. 저런 성질머리론 시집도 못갈꺼야 악담했던 그 불친절한 점원 아가씨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빌어본다. 그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을 나의 매몰차고 냉정함도 용서받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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