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과 입학으로 바쁜 두 주를 보내고 나면 바로 추석 행사를 치르고, 이어서 배우는 것이 대한 민국 건국사이다.
환웅이 하늘의 왕 환인의 뜻을 받들어 하늘 문을 열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홍익 인간(弘益 人間)과 이화 세계(理化 世界)을 이념으로 나라를 세운 날이 개천절이고 그 당시 나라 이름을 고조선이라 한다는 설명을 하면, 예전 같으면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만 끄덕 끄덕거렸던 학생들이 요즘은 눈을 반짝거리며 질문이 많다.
종교적 색채가 짙게 단군 신화는 무조건 미신이라며 알 필요가 없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단군은 상상 속의 그대, 해모수부터 믿을 수 있는 역사, 환웅이 웅녀와 결혼하여 난 아들이 단군? 환웅이 해모수? 단군과 해모수와의 관계는? 등등.
이와 같이 우리 학생들이 단군 신화보다 해모수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주몽의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드라마의 영향으로 역사의 맥락을 잡고, 대한 민국 건국사를 가르치고 이해하는데 훨씬 쉬워졌다.
그런데, 지도를 보면서 고조선이 한반도 북쪽으로부터 지금의 요동반도, 요령지방, 연해주, 만주를 포함했었다는 설명에 시큰둥하며 반응이 없다가, 삼국 시대로 넘어 와 고구려를 세운 사람이 바로 주몽, 주몽 아들 유리 그리고 무휼 왕과 드라마 바람의 나라,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 고조 되어 가다가, 신라의 해상 무역에 대해 설명할 때는 독도에 대해 각자의 의견이 겉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그 중에는 가수 김장환의 뉴욕 타임즈 독도 광고도 자세하게), 요즘의 요꼬 이야기까지 거론 되기도 한다.
이런 수업을 하면서 자주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우리 학생들이 한국의 역사에 대해 접하는 방법이 미국 학교에서 배우는 세계사 속의 아주 일부로 한국사를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고, 더러 TV드라마를 통해 단편적으로 그 시대의 주요 사건이나 인물들을 배우는 정도다.
그런데, 한국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 시대에 따른 재미있는 숨은 이야기, 유행 했던 패션 음식 대중 가요까지 배우게 된다. 처음에는 교사를 비웃듯 뭐 이런 것을 가르치냐고 항의를 하다가도 한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질문이 끊이지 않고, 드라마도 더 열심히 시청하여 오히려 부모님께 미안 하기도 하지만, 이는 뿌리가 한국이란 사실을 입증하는 귀중한 사건이다.
그래서, 오늘도 학생들은 한글 받아 쓰기 시험보다, 역사에 대해 더 듣고 싶어 하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빅뱅의 노래 가사 읽기를 더 원하고, 원더 걸스의 So Hot 춤을 열심히 따라 한다.
그 누가 알랴! 하늘이 다시 열릴 때 이런 우리 아이들이 미 시민권이면서도 한국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하며 한국과 미국을 잇는 다리 역할로 홍익 인간과 이화 세계를 실천하는 선봉자가 될 지..
늘 문제는 드라마 속에 들어 있는 흥미 유발의 요소이다. 이 요소를 우리 학생들이 그냥 믿거나, 아니면 무조건 배척하여 문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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