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양복을 차려 입고 우아한 걸음걸이로 월가를 활보하는 금융분야 종사자들의 이미지. 여기에 금융기관 CEO들이 연봉과 스톡옵션 등으로 받는 수백만달러의 경제적 수치가 더해지면서 어퍼이스트의 뉴욕 상류사회만큼이나 고급스러운 직종군으로 그 이미지를 공고히 굳혀 왔다.
특히 이들이 올리는 수입과 관련해 투자은행의 임원들이나 펀드운용기관의 매니저들, 사모투자기업의 투자 담당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굴리는 돈의 천문학적인 규모만큼이나 크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에게도 화려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꿈의 직장으로 여겨져 온 것도 사실이다.
은행들이 굴리는 돈의 규모가 ‘뻥튀기’처럼 불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빌려준 돈에 대한 회수 권한을 증권으로 만들어 다른 곳에 되파는 원리가 적용돼 결국 실물은 하나지만 유통될 수 있는 ‘상품’은 크게 늘어났고 금융기관 및 투자기관들은 이를 팔고, 사기를 무한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너무 고도화돼 무너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던 금융시장이 마비되기 전까지 금융시장에서 재생산된 부는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돌아갔고, 특히 대표적인 금융기관들을 이끄는 임직원들에게는 말그대로 천문학적인 소득이 돌아갔다.
금융시장의 구조와 원리가 생소해 일반인들에겐 먼 나라 같은 얘기로 들리는 만큼이나, 이들이 올리는 엄청난 소득 규모도 단순한 부러움의 대상일 뿐 먼 나라 이야기로 들려왔다.
그러나 공고하던 금융시장 전체에 마비 증세가 왔고, 월가의 뉴스를 장식하던 대표적인 금융기관들이 하나, 둘씩 무너져 내렸다. 금융시스템의 붕괴는 결국 경제의 붕괴와 국가 경제의 파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정부는 벌써부터 온갖 수단을 동원해 연쇄 붕괴사태를 막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야단이다.
핵심은 금융기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출금’을 정부가 일단 사주고 본다는 것인데, 잘나가는 금융가의 인물들이 받아온 많은 연봉과 보너스 뉴스에만 익숙해진 우리 모두는 이쯤에서 뭔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좋을 때 영광은 다 누리고, 힘들어지니까 책임은 다른 누군가가 지어야 한다는 말인가’라는 반문은 매일매일 눈살 찌푸리게 하는 경제 뉴스를 접하는 우리 모두가 가져볼만한 의문이다.
사람들의 심리는 다 동일한 모양인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민 60% 이상은 정부가 구제에 들어갈 경우 해당기업 임원진의 소득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응답을 나타냈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을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면 부러워했던 일반인들은, 이제 아수라장이 된 파티장을 치우는 책임을 함께 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다시는 ‘당신만의 파티’를 해선 안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배형직
경제부 차장대우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