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1980년에 레이건 대통령이 지미 카터를, 그리고 1984년에 월터 먼데일을 누르고 압승한 이변을 제외하고는 대개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2000년 선거에서는 현 부시 대통령이 플로리다 주에서 신승함으로써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2004년 선거에서는 오하이오 주를 차지함으로써 존 케리 후보를 누르고 재선할 수 있었다.
미국 국민의 정치 성향을 볼 때 본인이 소속한 정당에 대한 충성도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공화당원은 대대손손 공화당이고 민주당원은 대대손손 민주당이다. 현 공화당 정권의 실책을 들자면 이라크 전쟁으로부터 오일 값 상승, 부실 주택융자로 인한 은행 및 금융회사의 도산 등 많은 실정을 지적할 수 있지만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의 당에 대한 충성도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 공화당 정부의 실책을 인정하면서도 공화당원은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공화당 정부가 전에 없는 업적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민주당원은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는 이유도 이러한 국민들의 당성 때문일 것으로 판단한다. 정당정치의 표본이라 생각한다. 결국 무소속 유권자와 당성이 약한 유권자에 의해 당락이 결정된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각 주의 집합적 당성도 거의 바뀌지 않는다. 선거유세에 있어서 후보들이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주 같이 당성이 확고한 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이 차지할 것이며 텍사스는 공화당이 차지할 것이 자명한 일이기 때문에 더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든가, 아무리 노력해도 예견된 결과를 뒤집을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를 적색(공화당) 주로, 텍사스를 청색(민주당) 주로 바꾸기는 앞으로 수십 년 내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51개 주(워싱턴 DC 포함) 중에서 다만 소수의 주 만이 그들의 지지정당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그리고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버지니아가 이들 주에 속한다. 메릴랜드는 전통적으로 청색(민주당)이다. 버지니아는 전통적으로 적색(공화당)이었으나 이번에는 청색으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00년에 전국 개인별 투표에서 앨 고어가 승리했으나 주별 선거인단 확보에 있어서 플로리다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 27표를 부시 후보에게 내 줌으로써 인기투표에서 이기고 선거에 져야하는 이변을 창출했다.
금년 2008년 선거에서 선거 40일을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오바마 후보가 지지도에서 매케인 후보를 앞서고 있음을 주시한다. 이것이 당선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공식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다.
총 선거인단은 모두 538명이다. 이중에서 캘리포니아가 55, 텍사스가 34, 버지니아가 13, 메릴랜드가 10, 워싱턴 DC, 알래스카, 버몬트 등 인구가 적은 주에는 3표가 배당된다. 인구 비례로 배당되며 그 숫자는 해당 주에서 선출되는 상, 하원의 숫자와 동일하다. 총 538의 과반수인 270명의 선거인단을 획득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버지니아(13표), 펜실베이니아(21표), 오하이오(20표), 플로리다(27표)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통령이 결정될 것이다. 위에 말한 네 개의 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오르내리고 있으나 추세로 보아 오바마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한다.
누구에게 투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버지니아 유권자가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각오로 투표에 임하기 바란다. 2008년 11월4일이 그날이다.
이인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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