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 못 살겠어요, 진짜 열심히 할게요, 가르쳐만 주세요.」
애원하듯 보채듯, 한글(한국 말은 잘함)을 배우고 싶어하는 12학년 멋 있는 남학생 때문에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난 시간에 남아 특별 수업을 한다.
어릴 적에 한국 학교 가는 것이 죽어도 싫어, 하기 싫은 축구도 야구도 무조건 시켜 달라고 등록 해 놓고는 이런 저런 핑계, 결국 한글도, 축구도 야구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12학년이 되었다.
지난 여름 온 가족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누나와 동생은 서울을 찾아 다니며 구경을 하고, 특히 노래방에 가서는 거침없이 한국 노래를 신나게 불렀지만 한글을 모르는 이 학생은 미국 노래만 불러 분위기 망치고 더 이상 마이크 잡을 기회를 얻지 못해 기분 상했단다.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한글을 몰라 당했던 창피한 일들로 인해 한글을 배워야지 돌아 오는 비행기안에서 다짐 또 다짐을 하고 왔단다.
누구의 강요가 아니고 본인이 원해서 하는 공부라 비록 토요일 한 시간일지라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기특하기 이를 데 없다.
한글 날 즈음, 훈민 정음 언해의 머리말을 풀어 설명을 해 주었더니, 이 친구 책상을 탁 치더니 흥분을 했다. 교사인 나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아주 당연한 단어, 그러나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될 문제.
세종 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실 때 우리 나라 말이 중국 말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 뜻을 담아 나타내지 못해 한글을 만드신다고 했는데, 한국에 가면 한자어는 대부분 높임 말로 사용되고 있단다. 나이의 높임 말은 「연세(年歲)」나이를 세는 말 살은「세(歲)」 집은 「댁(宅)」아프다 의 높임 말「편(便)찮다」등을 사용할 줄 몰라 버릇없는 「나쁜 놈」이 되었단다.
또, 한국에는 없는 말이 있는 줄 알았단다.
그래서 스톱(Stop), 해피(Happy), 와이프(Wife), 트렌드(Trend)란 한글 단어를 만들고 싶다고 하니 요즘은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이 트렌드라고 하면서 그래야 사람들이 럭서리 해 보여 무시하지 않는단다. 그래도 스톱을 「멈춤」이라고 굳이 말하니 「이상한 놈」취급을 했단다.
그리고 예쁜 말이 있는데 한국의 길가에는 꼭 영어를 한글로 표기해 놓았는지 모르겠단다. 「해피 수원」 「글로벌 인천」심지어 「해피 한가위」까지.
이렇게 한글, 한자, 영어 일본어까지 막 믹스되어 있으면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드신 목적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열변을 토하다 「믹스」가 한국말로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렇다. 아름답고 예쁜 우리 말이 있는데 아직도 바뀌지 않은 한자어, 마구사용 되고 있는 외국어, SAT II 한국어 시험을 위한 한국어 공부가 아니라 내 뿌리의 말과 글을 꼭 배우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이 땅에 한글을 몰라 답답해 하는 우리의 아들 딸이 있는 한 나 또한 이들에게 한글 가르치기에 이 한 몸 바치고 싶다.
그러면, 한글을 배우고저 열망하는 다윗과 언제고 가르치기 원하는 나는 「좋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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