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경제 불황으로 들썩인다.
경제가 안좋다는 말이 월급쟁이인 우리에게도 피부에 와 닿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국 신문을 보면 연일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경제가 불안하고, 환율이 치솟는다는 뉴스에 마음이 웬지 답답한 것이 유학생부부로 미국에서의 첫살림을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유학생 부부로 미국에서 첫살림을 시작하고 2년후 한국은 IMF라는 경제 위기를 맞았었다. 환율 800원에, 학생 신분이라 매달 한국에서 생활비와 학비를 보조 받기로 하고 시작한 미국생활이었는데, 경제위기를 맞으며 환율이1800원을 넘어섰었다. 한국에서 보내오던 돈이 절반도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은 다달이 집값도 내야 하고,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는 의료보험비와 유틸리티, 무엇보다도 유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무슨 수가 있어도 내야 하는 학비가 이만저만 큰 걱정이 아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자니 이미 신입사원 대상의 나이가 지나버렸고, 이곳에 남자니 살아갈 일이 막막하기만 했다.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나는 같은 교회분의 도움으로 세탁소에서 일을 시작했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같은 처지에 있었던 다른 한국 유학생 부부와 2배드 2베쓰 아파트를 얻어 집을 함께 쓰기 시작했다. 공부하겠다고 와서 세탁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초라함으로 마음은 힘이 들었고, 집을 다른 부부와 함께 쓰고 한달에 식비로 고작 100불밖에 쓰지 못하면서 언제면 이 상황이 끝이 날까 불꺼진 긴 터널속을 걷는 것만 같아 불안했었다.
하지만 그 상황을 겪으면서 나에게 남은 소중한 것들이 있다.
지금도 가끔 내 마음속에 욕심이 생길때면 그때를 되돌아보곤 한다. 그 작은 돈으로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그 돈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했었는지…
또 가끔 남편이 미워질때면 그 어려운 시기를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만으로 잘 견뎠다는 끈끈한 무언가를 떠올리며, 동지애를 되살려 보기도 한다.
지금도 가끔 그때 함께 살았던 친구부부를 만나서 웃으며 그때를 돌아보기도 한다. 식비 200불로 어른 넷이서 얼마나 맛있게 먹고 즐겁게 살았는지… 배추 한박스 무 한박스를 사다가 넷이 앉아 머리 맞대고 큰 식량인 김치를 담그면서도 하루종일 즐거웠고, 함께 살동안 모두들 체중이 늘어 고민했었던 그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이제는 우리 모두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그때 우리들처럼 첫 단추를 잘못 끼운것이 아닌가 우울하고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을 이들이 있으리라.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마음속에 이 힘든 상황을 견디고 나면 과연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있을까 싶겠지만, 지나고 나니 볕들날이 있더라고… 조금만 더… 잘 견뎌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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