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분화구 가장자리에
아가미가 산유화처럼 붉은
빙어 몇 마리 살았으면...
태고 적 홍수로 얼어붙은 바다 속
아메바 하나 긴 꿈에서 깨어나며
하품하면 좋겠네..”
(유봉희의‘화성으로의 산책’중에서)
화성이 지구에 가장 근접한 밤, 망원경으로 분화구를 찬찬히 살핀다. 지구는 불야성인데 검붉은 화성은 적막 속에 떨고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인데도 죽음뿐이다. 별들 사이가 수만 광년이 예사인 우주 속에서 지구와 화성간은 지척간인데 왜 생사가 갈릴까? 이 광활한 우주 속에 생명이 사는 곳은 과연 지구뿐일까?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대답은 놀랍게도 단정적이다. “우리가 사는 은하계에만 2천억개의 별이 있지요. 그중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별이 적어도 백만 개는 됩니다” 정말 그럴까? 헌데 우주안(宇宙眼)으로 보면 수긍이 간다. 태양은 2천억 별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지구는 은하계 한 귀퉁이에서 태양을 도는 지극히 평범한 혹성이다. 게다가 팽창하는 우주공간의 무한정한 별 가운데 생명이 사는 혹성이 왜 지구하나 밖에 없겠는가는 것이다.
나사(NASA) 당국은 이 추론을 증명키 위해 내년 봄 인공위성을 띄운다. 소위 케플러(Kepler) 미션이다. 허벌 망원경보다 100배나 더 강력한 우주 망원경을 장착하고 태양을 돌면서 은하계 별들을 면밀히 살핀다. 6.5시간마다 10만개의 별을 관찰한다. 지구와 크기도 비슷하고, 해처럼 에너지를 공급하는 별들과의 거리도 엇비슷해 생명이 살만한 혹성을 찾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달리는 차의 헤드라이트 앞을 반 마일 밖에서 휙 날아가는 파리 한 마리 감지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쯤에서 지구에 생명이 살게 된 조건을 따져본다. 우선 물이다. 물은 생명의 산실이다. 지구 전체수량(水量)도 딱 적정량이다. 넘쳐서 산을 잠그지도 않고, 또 모자라 화성이나 금성처럼 사막도 아니다. 지구의 위치도 이상적이다. 태양에서 조금만 더 멀었으면 꽁꽁 얼었을 것이고, 조금만 가까웠으면 다 타고 말았을 게다.
공기도 소중하다. 질소 78%와 산소 21%의 분포로 대기압도 적당하다. 생명에 필요 불가결한 산소가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으로 끊임없이 생산된다. 산소와 함께 오존도 만들어져 지구 상층권에서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해 준다.
그런데 생명지구의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이 지각(地殼, plate tectonics)운동임을 아는 사람은 흔치않다. 지각운동은 거북등처럼 여러 판으로 나뉜 지각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것이다. 이 움직임으로 공기중의 이산화탄소가 지구 속으로, 또 지구 속의 뜨거운 열이 화산으로 분출되며 농도가 조절된다. 지구가 온화한 기온을 유지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반면에 금성은 뜨거운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각이 아예 굳어버려 죽음의 혹성이 되고 말았다.
흥미로운 건 지구 도우미들의 역할도 크다는 사실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목성(木星)은 지구로 쏟아지는 쓰레기 유성들을 몸으로 막아주는 방패막이다. 운석이나 혹성들이 지구를 강타하기 전에 스위퍼처럼 쓸어버린다. 헌데 진짜 근사한 도우미는 달이다. 달은 지구가 안정된 자전을 할 수 있도록 중력으로 잡아준다. 그리고 밀물 썰물을 일으켜 생명의 잉태를 돕는 인큐베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지구를 발견되는 날, 우리 지구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외계인의 위협을 직감하는 순간 절망할까? 아니면 우리끼리의 분쟁을 멈추고 한마음으로 뭉치게 될까? 만약 슬기롭게 뭉친다면 지구에 그토록 고대하던 평화가 도래하지 않을까? 내 추측이 허황된 공상에 머물지 않도록 이번 케플러 사업이 꼭 성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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