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동차 축제 중 하나인 LA 오토쇼가 지난 주말 폐막했다. 올해 LA 오토쇼가 내건 화두는 ‘친환경’. 하지만 이번 행사의 진정한 화두는 ‘감축, 축소’였다.
오토쇼에 참가한 업체들은 나름대로 개발 중인 신차를 공개하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 관객들을 맞았지만 기록적인 불황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자동차 회사들의 갑갑한 속내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려한 조명으로 빛나야 할 전시 차량들은 십 여 미터 위 천정에 달린 조그만 기본 조명아래 초라하게 전시됐으며 차량 홍보를 위해 제작된 보도자료도 기존 카탈로그로 대체되는 등 자동차 업계가 겪는 불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었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의 부스는 그 중에서도 초라한 모습이었다. 매년 LA오토쇼에 참여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맡았던 GM 부회장 밥 러츠는 행사기간동안 아예 디트로이트 교외에 있는 그의 집에 머물러 있었다. 당초 오토쇼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회사가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신차발표와 기자회견이 취소된 때문이다.
크라이슬러의 경우는 전시회 참가비용을 지역의 딜러들에게 지불하도록 했고 신차 역시 전시하지 않았다. 크라이슬러의 상징인 지프 부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뜸 하자 아예 조명까지 꺼둔 채 ‘개점휴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동차 회사들의 경영난은 앞으로 열릴 행사에 대한 대규모 불참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인 미쓰비시와 롤스로이스, 포르쉐, 페라리, 스즈키가 내년 1월 예정된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불참을 잇달아 발표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다. 주요 회사들의 불참 선언이 이어지며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존립여부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4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09 서울모터쇼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볼보코리아는 이미 서울모터쇼에 불참할 뜻을 밝혔고, 포르쉐도 불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와 니산 등 일본 브랜드를 비롯해 GM, 포드 등 미국 업체들도 서울모터쇼 참가를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 브랜드의 경우 서울모터쇼에 참가하더라도 행사 규모를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다.
18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시작으로 200여 년간 자동차 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 해온 모터쇼는 자동차 회사들이 신차를 발표하고 기술력을 과시하는 홍보의 장이자 자동차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축제다. 불경기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유수 자동차 회사들의 모터쇼 참가 포기 소식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다시 따뜻한 바람이 불어 빠른 시일 내에 LA컨벤션 센터에서 사상 최대의 오토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심민규
경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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