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수감사절 연휴에는 대학생인 아들과 딸이 집으로 돌아와 몇 개월만에 온 가족이 함께 모였다. 오는 날인 수요일 저녁까지 꽉 찬 하루들을 보내고 비행기로, 차로 밤늦게 도착한 아이들은 그러나 피곤한 기색없이 지난 시간들을 나누느라 이야기꽃을 피운다. 미국 대학생들의 생활이여러가지를 함께 해나가느라 늘 시간에 쫓기고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려움을 두 아이들을 통해 잘 알기에 그저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운동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꾸준히 시간내기가 쉽지 않은 생활이기에 더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강조하게 된다. 공부도 체력이 받혀주어야 하니까…
며칠전 “가주 학생들의 체력검사 통과율이 30%선에 그친다”는 걱정스런 기사를 읽었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5, 7, 9학년을 대상으로 한 체력검사에서 그런 저조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과거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는 놀이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것도 이유가 될 것이고 가주 교육 예산의 계속적인 삭감으로 체육 교육이 충실하게 행해지지 못하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어려서 감기를 달고 살던 아들이 두 살 되던 해, 유학생 아파트에 한 광고가 붙었다. 두살짜리 아이를 둔 한 엄마가 자신이 체육을 전공하였는데 자기 아이를 위해 Gymnastics Class를 무료로 개설할 것이니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오라는 광고였다. 반가운 마음으로 첫 시간에 참석하였는데, 나는 그 백인 엄마의 철저한 준비와 아이들을 질서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훈련시키는 모습에 감탄하여 매주 한 번씩 있는 그 시간을 빠지지 않고 데리고 다녔고 고마운 마음을 뒷정리로 보답하곤 한 기억이 있다. Gymnastics가 모든 운동의 기본이며 Gymnastics를 어려서 몸에 익히면 놀이나 운동을 하며 다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말에 그 후로도 꾸준히 가르쳤고 수영과 아이스 스케이팅도 몇 년간 꾸준히 가르쳤다. 몇 년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번에 고작 30분에서 40분인 어린이 클래스는 사실 데리고 다니느라 분주하기만 한 느낌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매일 매일 오늘은 무슨 클래스 가는 날인지 꼽으며 재미있어 했고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늘어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지역별로 조직된 어린이 구기종목팀에 가입해 가을에는 축구, 겨울에는 농구, 봄에는 야구, 그리고 여름에는 수영으로 일 년간 매주 토요일마다 경기를 하러 다니곤 하였다. 주중에 한 번씩 연습하고 토요일 오전에 다른 팀과 경기를 갖는데 그 어린 아이들의 경기를 응원하는 부모들의 응원 수준은 어느 메이저리그 못지 않다. Home이 아닌 Away 경기는 두 세 시간 운전하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야유회 온 듯 철저히 준비해와 즐기는 백인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내 여유없는 마음을 돌아보곤 했다. 이런 구기종목팀은 모두 부모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어진다. 코치도 부모요, 심판도 부모가 맡아하는데, 퇴근 후 무보수로 봉사하면서도 오히려 참석하는 부모들에게 감사해하곤 했다. 요즘도 토요일 오전에 동네 공원을 지나다 보면 유니폼을 갖춰 입은 어린이들의 경기 모습을 보게 되는데 옛 추억에 미소지으며 미국의 이런 건강한 시스템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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