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겨울이 무척이나 춥습니다. 베이지역의 온화한 날씨를 배경으로 있다가 갑작스레 맞닥뜨린 겨울의 느낌은 춥다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것이 없습니다.
영하 10도, 체감 온도는 더 낮아서 영하 12도. 모두들 총총대며 걷고, 입김으로 하얗게 서린 얼굴을 하고 다닙니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져서 훈훈하게 따뜻한 기운을 받아 바깥온도를 무색하게 합니다. 길거리엔 군고구마와 밤을 팔거나, 오뎅과 순대, 떡볶이, 호떡을 구워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움츠러든 불경기에 그들조차 한가하다 여기며 숨을 내쉬는 걸 보면, 이번 서울의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져서 가슴 한 켠이 더 추워집니다.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되고 있는데 말이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되었는데, 그저께는 동창회로 모인다기에 마침 시간이 맞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하나 둘씩 모이니 거의 40명 가량이 되었습니다. 서로 쳐다보며 너 누구니 하면서 이름과 얼굴을 맞춰가는 과정 속에 얼싸안거나 손을 맞잡다 보니, 세월은 간데 없고 즐거운 마음만 솔솔 피어났습니다. 살이 많이 불어난 친구, 여전히 그대로의 미모를 간직하고 있는 친구, 신앙으로 자신을 숙련시켜 의젓해진 친구,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음악 혹은 미술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친구, 아직도 싱글로서 끗끗하게 자기를 지키는 친구, 학교 때는 훌륭한 기량으로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건만 결혼하고 나서 그대로 집안에서 아이들만 키우고 있는 친구, 각각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들을 보면서 예전의 미묘한 비교 혹은 경쟁의식 없이 세월의 너그러움을 그대로 받아 편안하게 대할 수 있었기에 아, 늙는 것도 때론 좋은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제 나이 오십에 그 무슨 소용 있으리, 너나 할 것 없이 인생을 잘 마무리할 시작이 필요한 시기인데 말입니다. 처음이 있으면 나중이 있게 마련. 어느덧 지나간 세월에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느끼니,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되었는데도 모두들 테이블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다가, 2차로 노래방까지 가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나섰고 급기야는 남녀 16명이 노래방엘 들어가 분위기를 다스렸습니다. 성악과를 졸업한 친구들은 그들답게 정말 멋진 노래를 불렀고, 미술과 출신들은 그들대로 정말 근사하게 노래들을 불렀는데, 한 친구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란 노래를 가슴에 닿게 불렀답니다.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사람이기에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사는 한, 추위도 불경기도 더 이상 힘들다 느껴지지 않을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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