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면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미국에서 겨울방학은 이 주일 남짓이라 사실 방학이라기 보다는 휴가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영어로도 ‘winter break’라고 하듯이. 방학할 무렵이면 학생인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은근히 방학 빨리 했으면 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막상 아이들이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더 묶여 지내게 되는데도 반복되어온 한 학기의 일상에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짧은 겨울방학과 달리 여름방학은 거의 세 달이나 되는 일년의 사분의 일이다. 이런 긴 시간을 아이들이 유용하게 지내게 하려면 미리 준비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지나고 보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각각의 시기마다 그 필요는 다르지만 여름방학 기간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변화를 줄 수 있는 가능성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대학생인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까지는 여름방학동안 참으로 여러가지 경험들을 해보았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지역 동물원에서 주관한 Zoo Camp, 일주일간 연습해 공연까지 한 Lion King Camp, 나흘 배우고 만화가의 꿈을 꾸게 한 Cartoon Camp, 그리고 3학년을 마친 여름에 홀로 집을 떠나 일주일간 미국 전역에서 모인 아이들과 함께 숲 속 캠프장에서 합숙하며 보낸 일종의 수학여행까지…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을 보고 배우며 성장케 한 귀한 시간이었다.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와 버클리에 살 때는 Lawrence Hall of Science에서 다른 데서 보지 못한 귀한 과학 프로그램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여름방학에는 학기중에 없는 프로그램들이 있어 인기가 높았다. 몇몇 프로그램은 등록하는 날 새벽부터 줄을 서야 등록할 수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토요일 오전 9시에 시작되는 등록을 새벽 6시무렵 도착해보니 왠걸 벌써 줄이 한참이다. ‘아니, 미국에도 이런 풍경이 있다니!’ 그런데 그만큼 인기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또한 미국에 친척이 없는 우리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곤 했다.
주로 여름방학 동안 자동차로 여행하며 캠프장에 텐트를 치고 자고 준비해간 재료들로 식사를 해먹고 작은 차에 넉넉치 않은 여행이었지만, 돌아보면 편하게 보낸 여행보다 더 기억에 남고 아이들도 ‘그때 누구네랑 같이 갔지’하며 작은 것까지 생생히 기억한다. 자동차의 마일리지를 눈에 띄게 올려놓은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아이들과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내년 여름에는 무얼 하고 싶은지 얘기하며 여름을 정산하곤 했다. 준비하여 알차게 보낸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아이들도 다음 학년에 대한 기대와 학교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후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에는 좀더 신중하게 여름 계획을 세워야 했다. 학과목에 대한 부담을 떨칠 수 없고 또 적성을 파악해 앞으로의 전공분야에 대한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 시기이기에 여름방학에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다. 그럴수록에 미리부터 알고 내 아이에게 무엇이 좋을 지를 아이와 함께 의논하며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이 짧은 겨울방학 동안에 여름나기 계획을 시작함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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