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자식을 키워봐야 철이 든다고 말합니다. 정작 아이조차 낳지 못하고 애를 쓰던 때엔 그 말이 주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세상 만사를 다 손에 쥘 것 같았던 때를 지나 작고 여린 생명을 얻었을 때의 기쁨과 환희의 시기에 난 좋기만 했습니다. 옹알거리며 아장거리다가 드디어 학교엘 들어갔을 때에도 여전히 아이는 내 즐거움의 근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점차 몸과 마음이 왕성하게 커가는 십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를 안고 씨름을 해야 하는 과정을 아이가 아닌 내가 하게 된 것입니다.
사춘기라 하던가요. 인생과 삶의 근본,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기. 이중문화 속에서 가치관 정립에의 혼란과 늘어나는 막중한 공부에의 부담을 인해 아이가 조금씩 부대끼기 시작하는 걸 알았을 때, 나 역시 지나쳐 온 과정이라 그 무게가 어떠함을 알기에 마땅히 잘 감당할 것을 기대하며 별반 염려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아이가 내 기대치를 벗어나자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보통의 아시안 엄마처럼 내게 최고를 강요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아이를 향해, 속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저항에의 분노가 어찌나 강하게 나를 괴롭히던지요. 보통 부모가 자식에 거는 기대는, 본인의 능력 여부를 떠나 아이에겐 무조건적으로 최고를 요구합니다. 원한다면 뭐든지 다 해 주리라는 희생 의지에 보상심리까지 곁들여, 네 인생 잘 되라고 그런다는 부모로서의 명분을 방어로 내세우며 말입니다.
아이의 앞으로의 삶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함께 가지는 길을 가라고 가르치리라 마음 먹지만, 막상 실갱이가 시작되니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네 인생을 사는 것이니 본인의 의지와 결정을 우선적으로 인정하겠다 말하지만, 정작 방향을 제대로 잡아 이끄는 것은 부모가 해야 할 의무이기에 얼만큼 최선의 관계를 유지하며 가야만 모두가 좋은 결과를 갖게 될지 정말 어렵다 느낄 밖에요. 이제야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철이 든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나를 먼저 다스리지 않고는 제대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겠기에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습니다. 난 이제부터 아이를 한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법을 배우려고 합니다. 내 몸을 빌어 난 생명이지만, 어느덧 인격을 세우며 어엿한 개체로서의 자리를 잡아가는 그 아이를 진정 좋아하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을 트고 서로간에 가지는 기대와 기쁨을 나누면서 살아갈 생각입니다. 사춘기와 사추기의 두 사람이 누릴 앞으로의 삶이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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