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대한 선거자금 부담으로 혈연·가문정치 만연
미국 민주당에는 선거에서 이길 재주가 있는 인물이 없나보다.
미 공화당의 톰 레이널즈(뉴욕) 하원의원이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원 대물림 현상을 꼬집은 말이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에 내정되면서 후임 상원의원으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롤라인의 지명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을 비롯해 오바마의 각료 인선과정에서 공석이 된 의원자리를 혈연을 바탕으로 대물림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가 17일 보도했다.
캐롤라인 케네디가 뉴욕주를 대표하는 상원의원으로 지명되면 그의 삼촌인 에드워드 케네디(민주.매사추세츠) 의원과 함께 상원에서 의정생활을 함께하게 된다.
그의 아버지도 매사추세츠를 지역구로 한 연방 상원의원을 지내다 대통령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삼촌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역시 뉴욕주를 대표한 상원의원을 역임한 바 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의 사퇴로 공석이 상원의원직은 장남 보 바이든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7일 오바마 내각의 내무장관으로 임명된 켄 살라자르(민주.콜로라도) 상원의원의 빈자리에는 그의 형인 존 살라자르 연방 하원의원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오바마의 사퇴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의 상원의원 자리는 몇차례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민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인 제시 잭슨 주니어 하원의원이 물망에 올랐으나 `매관매직’ 스캔들에 휘말려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
상황이 이쯤되면 공화당의 비아냥거림이 나올 법도 하다.
공화당의 전국의원위원회 의장을 지낸 레이널즈 의원은 민주당이 선거로 의석을 늘리기보다는 의석 넘겨주기 식으로 혈연정치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대중들이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문의 후광을 입고 정계에 입문하는 경우는 민주당만의 현상이 아니다.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동생으로, 2010년 연방 상원의원 출마를 꿈꾸고 있다. 이들 형제의 아버지는 미국 대통령을 지냈다.
96년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나섰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의 아내 엘리자베스는 2002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힐러리가 남편 빌 클린턴이 8년간 대통령 임기를 마감한 후 상원의원직에 도전해 당선된 것도 남편의 후광과 무관치 않다.
유독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가문의 대물림이 빈번한 것은 주 전체에서 단 2명만 뽑는 상원의원 선거에 막대한 선거운동 자금이 필요한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다.
캐롤라인 케네디가 힐러리의 뒤를 이어 상원의원에 임명되면 뉴욕주법에 따라 2010년 선거에서 이겨야 힐러리의 잔여임기를 유지할 수 있고 재선을 위해서는 2012년 선거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여기에 드는 선거운동 자금이 7천만달러로 추산되며,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유력 정치가문 출신 인사가 아니고서는 힘들다는 것이 뉴욕의 현지 분위기다.
서부의 케네디가(家)로 불리는 유달 가문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2명의 연방 상원의원을 배출했다. 콜로라도에서 마크 유달, 뉴멕시코에서 톰 유달이 바로 이 집안 출신이다.
든든한 집안의 배경과 막강한 자금력이 있어야만 상원의원직을 거머쥘 수 있는 미국적 정치풍토의 한 단면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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