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일 생존위기에 처한 자동차사에 174억달러를 긴급지원하는 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유동성 고갈로 파산위기에 직면했던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 자동차사는 이 자금으로 당분간 위기 상황을 연명하고 구조조정 노력을 펼치면서 버락 오바마 차기 정부와 의회가 근본적인 구제책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처지다.
부시 대통령이 일단 자동차사의 무질서한 파산이 갖고 올 급한 불은 껐지만 공은 오바마에게 넘어간 셈이다.
이에 따라 일단 위기를 넘기게 된 자동차사들이 진정한 회생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 일단 최악의 사태 모면 = 부시 대통령은 이날 GM에 94억달러, 크라이슬러에 40억달러를 1차로 지원한뒤 필요할 경우 자동차사에 40억달러를 추가지원하겠다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최근 상원에서 자동차사 구제법안 통과가 실패한 이후 자금 고갈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GM과 크라이슬러를 우선 살려놓고 보자는 시도다. 상대적으로 이들 2사에 비해 자금사정이 나은 포드를 제외하면 GM과 크라이슬러는 자금지원이 없을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초에는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이 바닥나 파산에 이를 것으로 우려돼왔다.
그러나 정부의 긴급자금이 지원됨에 따라 GM과 크라이슬러는 당분간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부시 정부가 자동차사 긴급지원에 나서게 된 것은 이들이 파산할 경우 실업자 증가와 부품업계 연쇄파산 등 그 파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경기침체에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산업을 망하게 놔두는 것은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면서 자동차사의 파산은 고용시장과 금융위기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만 53만3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상황에서 자동차사와 관련 산업 등의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지게 놔둘 수는 없다는 뜻이다.
GM과 크라이슬러는 이미 감산 조치 등을 발표하며 판매 부진과 유동성 고갈에 대처하고 있다. GM은 북미지역 공장을 30%가량 가동중단해 내년 1.4분기에 자동차 생산량을 25만대 가량 줄일 계획이라고 이미 발표했고 크라이슬러도 19일부터 최소 한달간 30개 공장 모두를 가동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자동차사 구조조정 관건 = 부시 정부는 이번 자금지원과 관련, 내년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되 이 때까지 회생 가능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지원자금을 회수하는 조건을 달았다.
자동차사의 자구노력이 동반되지 않는 무조건적인 지원은 국민의 혈세를 그냥 쏟아붓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동차사 임직원들도 희생을 감수하라는 조치다.
정부는 자금지원의 반대급부로 GM과 크라이슬러의 의결권없는 주식을 인수하고, 경영진 보수 제한 등의 비용절감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한편 노조에 대해서도 내년말까지 아시아 자동차업체들의 현지공장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임금과 노동규약의 개선에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자동차들은 일단 정부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자구노력에 성실히 나서겠다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노조가 과연 희생을 감수할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GM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자금지원 발표에 성명을 통해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구조조정을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해야 할 큰 일들이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주주들과 함께 회사가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크라이슬러의 밥 나델리 CEO도 자동차사에 대한 부시 정부와 재무부의 신뢰에 감사를 표하고 정부가 내건 자구노력 조건들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포드도 정부의 지원책에 사의를 표하면서 비용절감 등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이날 부시 정부의 지원책을 환영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조건을 달은 것은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아 근로자들의 임금과 혜택 축소로 이어질 지원 조건에 반발했다.
론 케텔핑거 UAW 위원장은 성명에서 자동차사 생존에 필요한 긴급 지원은 환영하지만 이미 희생을 감수한 노동자들에게 별도로 부당한 조건을 추가로 다는 것은 실망스럽다면서 오바마 차기 행정부 및 의회가 이런 부당한 조건을 없애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사 회생을 위한 구체책 마련에서 노조의 반발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 공은 오바마 차기정부로 넘어가 = 부시 대통령의 이날 자동차사 지원책은 긴급 자금지원이라는 단기 처방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동차사 회생이라는 근본적인 처방책을 내놓는 것은 오바마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오바마는 이날 부시 대통령의 지원책 발표가 경제에 암울한 결과를 가져올 자동차산업의 붕괴를 피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새 정부에서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오바마 입장에서 대규모 실직과 연쇄 도산을 가져올 자동차사의 파산은 그의 경제 회복 구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부시가 자동차사를 연명하게 해놓은 것을 환영한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는 최근 통과에 실패한 자동차사 구제법안을 다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가 추가로 희생할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지원조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와 의회가 이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특히 대선에서 노조의 지지가 큰 힘이 된 오바마 입장에서 노조에게 얼마나 강력하게 희생을 요구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반대로 노조나 회사의 양보가 없는 구제책은 여론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여 오바마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오바마는 이날 회사가 근로자와 딜러, 채권자, 협력업체와 함께 개혁을 위해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자동차사 관련 주체들의 희생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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