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을 맞아 모처럼 집에 온 딸로 인해 저녁식탁이 웃음꽃 함박,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가 식탁을 가득 메울때 함께 TV를 보다 우연히 내 눈을 고정시키는게 있었다.
북한 동포들이 중국으로 탈북하다 붙잡혀 잡혀가는 모습중에 어린 여자아이도 끼어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불쌍한지 가슴이 다 아려 오면서도 여전히 내 손은 음식으로 내 입을 즐기고 있었다.
불쌍하다. 안됐다. 한마디씩 하면서도 우리와 상관없는 아니 상관 있어도 아무 도움이 돼주지못하는 현실에서인지 금방 화제를 돌리고 마는 우리들.
아우성 치며 도망가다 끝내 붙잡혀 떠는 몸부림과 칠흙같은 공포의 눈동자들 앞에 차려진 우리의 평화로운 식탁에서 나는 문득 웃지못할 씁슬한 기억을 떠올린다.
20여년 전에 내 사랑하는 딸이 깜깜한 터널을 지나 찬란한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오려는 첫 출발을 더듬어본다. 내가 입원했던 산부인과로 유명한 병원의 분만실은 산모 외에는 보호자가 들어 갈수 없는 곳이었다. 진통으로 아우성 치는 산모 여섯명 정도가 누워있는 그곳은 완전 아수라장 이었다.
속옷도 입지 않고 가운만 걸친 상태에서 진통으로 인해 몸부림을 치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나체로 뒹구는 모습이란 더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모습들이었다. 하루에 몇십명씩 비명지르는 산모들을 만나는게 간호사의 일이라 산모들의 비명이 범벅이 되어 병실을 메웠던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수다떨며 흘리는 웃음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순간이 생생한 기억으로 북한 탈북자들과 함께 우리의 식탁앞에 왜 문득 오버랩되어 떠오르는지.
칼날같은 통증이 쓸고가다 멈추기라도 하면 기절해 잠들기를 몇번.
옆의 산모들은 비명과 몸부림으로 인고를 견뎌내 드디어 고귀한 생명체 탄생과 함께 벼슬 얻듯 잘도 나가건만 삼일이 지나도 나올 생각을 안하는 내아기.
더욱 나를 민망하게 하는건 밤과 낮을 교대하면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원들이 어머! 저 산모 아직도 있네. 이틀전에 근무한 간호원의 말이다.
여기 저기서 또 으-아악- 살려줘 ? . 주기적인 비명은 계속 되었고.
좀 조용히 하세요, 아직 멀었어요.핀잔까지 하면서 천연스레 다시 이어지는 그녀들의 수다.
드디어 내차례 으악 하나님 ~여보~ 엄마- 간호원 살려줘요.~
간절히 도움을 요청 했건만 간호사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미스리! 만두 안사왔어? 그집 만두 맛있는데.
몸부림과 비명의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웃음가득 점심 식사하는 간호원들, 피흘리는 전쟁속에 울부짖는 고아들이 헤메는 시기에도 우리는 웃고 재잘대며 사랑하고 또 우리의 삶에 충실한다.
동떨어진 각자의 공간속에 무감각의 연속- 이것이 인생사고 그렇게 자리잡는 공생 공존의 흐름속에 만두를 먼저 찾은 그 상황에서도 우리아기는 우렁찬 함성과 함께 탄생했다.
뜨거운 스팀열기를 잘 견뎌내고 진통 3일만에 잘쪄진 만두와 만두피의 관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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