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사단 제치고 행정부·의회 막강한 장악력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8년 집권기간 텍사스 인맥이 실세그룹을 형성했다면,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는 시카고(일리노이) 사단이 막강한 파워를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는 백악관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분석이다.
백악관과 행정부만이 아니라 의회까지 포괄, 워싱턴 정치무대 전체를 조망하자면 오바마 시대에 최고의 파워집단은 캘리포니아 출신 정치인맥이라고 할 수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으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 사단은 오바마 행정부의 내각은 물론 의회의 주요 상임위 의장자리를 두루 장악하고 있는데다 인구면에서 최대의 주(州)답게 상당수 중진 의원들을 배출함으로써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가 22일 보도했다.
우선 오바마 행정부의 각료 가운데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장인 스티븐 추 박사가 에너지 장관에, 로스앤젤레스 지역구 출신 힐다 솔리스 하원의원이 노동장관에 내정됐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의장에 발탁된 크리스티나 로머 UC버클리대 교수, 백악관의 `환경의 질 개선 위원회’ 의장에 내정됐고 낸시 서틀리 LA부시장도 모두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캘리포니아 출신 중진 하원의원으로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위원장인 헨리 왁스먼 의원의 비서실장인 필릴 실리로는 백악관의 의회담당 수석연락관에 임명됐다.
펠로시 의장을 필두로 한 캘리포니아 출신 하원의원은 모두 34명으로 민주당내에서 최대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지역구가 신인 의원이 탄생하기에는 까다롭고 복잡하게 편제돼 있어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물갈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여타 주에 비해 중진의원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교육, 노동, 외교, 에너지, 상무, 보훈 등의 분야 상임위 의장은 모조리 캘리포니아 출신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오클랜드 지역구 출신인 바버라 리 의원은 하원내 흑인의원 모임의 의장을 맡기로 돼 있다.
상원에서는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과 바버라 박서 의원이 3선을 기록하면서 주요 상임위의 의장을 맡고 있다.
이런 사정은 공화당도 마찬가지다. 4명의 캘리포니아 출신 하원의원이 상임위 의장으로 활동중이며 최근 급부상한 케빈 맥카시 의원은 하원의 원내부대표로 선출됐다.
이에 반해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통적인 파워집단을 형성해온 뉴욕과 일리노이의 경우 상원에서 힐러리 클린턴(뉴욕)과 오바마(일리노이)의 의원직 사퇴로 신출내기로 교체돼야 하는데다, 하원에서도 2004년 이후 3분의 1 이상이 물갈이됨으로써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선의 중진을 찾기 힘들다.
캘리포니아가 워싱턴에 본격적인 파워그룹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80 이 곳에서 주지사를 지낸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하면서부터이며 이후 캘리포니아가 민주당의 아성으로 굳어지면서 클린턴 행정부 때도 상당한 지위를 누렸다.
할리우드의 명사들과 주요 기업가들이 포진한 캘리포니아는 미국 정치무대에서는 선거자금 모금에 핵심적인 역할하는 `ATM(현금자동화기기)’으로 불려 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특히 차기 오바마 정부는 에너지 효율을 높인 친환경 정책에 큰 무게를 둠으로써 그동안 미국내 환경·에너지 분야의 정책실험장 역할을 한 캘리포니아 출신 인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이 지역이 부시의 텍사스 사단에 이어 새로운 파워그룹으로 부상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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