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사태, 오바마 취임전 해결 안될 수도
오바마 `침묵’속 향후 입장표명 주목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인 하마스를 겨냥, 가자 지구를 공습함으로써 시작된 팔레스타인 사태가 출범을 3주 정도 앞둔 버락 오바마 차기 미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29일 3일째 가자 지구를 공습한 데 이어 하마스에 대한 전면전을 선언, 결심만 서면 언제든 탱크를 앞세우고 가자 지구로 지상군을 투입할 태세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팔레스타인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부시 행정부내에선 결국 해결을 보지 못한 채 오바마 차기 정부에게 넘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조지 부시 현 행정부가 이날 이번 팔레스타인사태의 책임을 하마스의 선제공격 탓으로 돌리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며 하마스를 비난하고 나선 것과 달리 오바마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이번 사태를 그냥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당국으로부터 일일 정보 브리핑을 받고 있는 오바마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소상히 보고를 받는 등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오바마는 콘돌리자 라이스 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차기 국무장관 내정자 등과 이번 사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든 차기 정부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자 오바마 진영은 직접 개입하는 모습은 가급적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오바마의 핵심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전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견해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현재 미국을 대표해 말할 사람은 부시 대통령 한 명 뿐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오바마는 그동안 대통령에 취임하면 중동평화 문제를 정책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밝혀왔는데 이번 사태 해결 방향이 향후 오바마의 중동정책을 시사하는 사례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진영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식의 조심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오바마는 지난 7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인 스데롯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분명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과 영구적인 평화협정에 이르는 게 이스라엘의 안보이익에도 부합되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로켓공격에 맞서 자신을 방어할 자위권도 갖고 있다며 이스라엘을 두둔했었다.
오바마 정권인수팀도 최근 공식홈페이지에 올린 `국정어젠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명백한 지지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물론 이 발언들은 미국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유대인들을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정권을 넘겨받는 오바마로선 이스라엘에 치우치거나 역대 정권에 비해 이스라엘을 경시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중동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이스라엘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신뢰감을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의 침묵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또 어떤 공식적인 결정을 갖고 복잡하게 꼬인 중동문제 해결책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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