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왕성한 독서가라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 비판론자들은 그동안 부시 대통령의 어눌한 말투와 잦은 말실수를 지적하며 그의 지적수준이 형편없다고 자주 비판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리처드 코언은 이 신문 30일자 `부시 책목록 읽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임중 수 백권의 책을 읽은 다독가라는 칼 로브 전 백악관 부실장의 말을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친구이자 `핵심 참모’였던 로브에 따르면 부시는 2006년에만 95권의 책을 읽었고, 2007년엔 51권, 올들어 지금까지 모두 40권의 책을 독파했다는 것.
코언은 부시 대통령이 로브와 누가 더 많이 책을 읽는 지 경쟁을 했기 때문에 그가 독파한 책의 수가 정확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브에 따르면 승부는 항상 자신에게 돌아갔고, 부시 대통령은 본인이 `자유세계의 지도자’로 바쁘기 때문에 책읽기 경쟁에서 로브에게 진 것이라고 변명을 해왔다는 것.
로브는 부시를 만난 지난 35년간 부시는 항상 옆에 책을 두고 있었다고 술회했다.
부시 대통령이 재임 중 읽은 책 가운데에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같은 소설도 있지만 대부분 전기나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
전기는 대체로 위대한 인물들이 인기없는 일을 하기도 하지만 나중에 이를 인정받는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역사서도 역사적 실패의 반복을 경고하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고 코언은 지적하며 부시 대통령의 독서가 그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일례로 부시의 독서목록엔 역사분야 고전인 휴이 토머스의 `스페인 내전’이 포함돼 있는데, 아돌프 히틀러를 스페인내전 때 저지했다면 2차대전이라는 더 많은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는 내용은 부시가 사담 후세인 축출을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하는 결정을 내리는 데 어떤 확신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언은 부시가 많은 책을 읽었지만 광범위하게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며 부시는 자신이 읽는 책의 매 페이지에서 자신의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찾으려했던 독서가라고 지적했다.
로브가 제시한 부시의 독서목록에는 톰 릭의 `엄청난 실수(Fiasco)’ 등 이라크 전쟁이 어떻게 왜 실수였는 지에 관한 책들은 빠져있다고 코언은 꼬집었다.
또 코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독서목록에는 데이비드 홀버스텀이 쓴 한국전쟁에 관한 책 `가장 추운 겨울(The Coldest Winter)’은 있지만, 베트남 전쟁에 관한 저서인 `최고의 사람과 가장 현명한 사람(The Best and The Brightest)’은 빠져 있다.
전쟁연구전문가들은 한국전쟁은 미군의 승전사에 포함시키지만 베트남전쟁은 미군에게 가장 치욕적인 전쟁중 하나로 기록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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