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달리 느끼는 것 하나, 이젠 더 이상 세월이 빨리 흐른다 언급할 필요 없이 그냥 사각거리며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간을 덤덤하게 인정 한다는 겁니다.
성탄의 불빛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는 것에 감탄하는 것도 잠깐, 금방 월말 페이먼트와 아이들 학교 성적을 헤아리기에 바쁘고, 저녁은 무엇으로 준비할까 총총대며 여전한 일상의 굴레로 돌아갑니다.
어느 마켓에서 라면을 세일하던데 돈 절약하려면 빨리 장을 보러 가야지. 아이들이 어느새 키가 자랐나 아님 옷이 작아졌나 하며 쇼핑 갈 계획을 세우는 것은 주부로서의 당연한 궁리입니다. 일에 관해선 가끔 시간을 다투어 준비해야 하는 서류나 일반적인 메일 작업을 모두가 잠들고 난 이후 늦은 밤 혹은 새벽에 하기 일쑤이지만, 나만의 시간을 누리는 즐거움에 기꺼이 계속하고 있는 일상의 모습입니다.
가끔 출장을 떠나기 전, 밑반찬이나 그로서리 장을 챙겨 두어야 하는 것은 물론, 혹시나 빠진 것이 있을까 두려워 리스트를 작성해서 꼼꼼 확인하는 것도 어느덧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벌써 오늘이 2008년의 마지막 날이랍니다. 12월 31일. 방송을 하던 예전엔, 미국 각 지역의 제야모습을 담느라 늦게 깨어있기도 있었고, 서울과 방송 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하며 바빴던 때도 있었습니다. 이번 성탄 전야만 해도, 미국의 성탄 이브모습을 서울에 방송하기 위해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깨어있었습니다만 정작 가슴 속에선 성탄 혹은 송년의 특별한 느낌이 꿈틀거리지도 않은 채 무심히 졸고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 키가 한 뼘만큼이나 자란 듯 해서 자꾸 내 몸에 대보며 어이구, 벌서 목까지 차 올랐네, 이빨이 새로 돋아나기 시작해서 우스꽝스런 모습을 한 아들을 쳐다보며 웃어봐, 얼마나 잘 생겼나 보게 하는 것을 제외하곤, 특별히 신난다거나 들뜬다거나 섭섭할 일이 없는 일상에 다름 아닌 것을요.
그래도 마지막은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오늘은 특별히 조용히 자리잡고 앉아 올 한 해를 정돈하려 합니다. 사실 감사할 것이 얼마나 많은 지,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해 가슴이 따뜻했던 기억, 작지만 깊은 배려로 감동받아 뭉클하니 눈물이 배어났던 기억, 사소한 다툼에 상처를 입었지만 곧 이어진 화해 내지는 솔직한 마음을 선물 받아 다시 가까이 갈 수 밖에 없던 삶의 모습 등으로 인해, 이 해를 정리하는 일이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그래, 이렇게만 살아야지.
큰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많이 만들어가는 삶이 소중하고 행복한 것임을 모르지 않으니. 올 한 해를 감사하며 지낸 것처럼 내년에도 열심히 감사하며 살 생각입니다. 좋은 습관 하나를 꼭 만들겠단 다짐도 곁들이면서요. 무얼까 궁금하실 텐데. 후훗. 비밀이에요. 나중에 습관으로 굳어지면 알려드릴게요. 비밀이란 생각에 지금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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