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 새해의 첫 아침이 밝았다. 뒤돌아보면 정말 어려운 고비와 굴곡을 넘어 새해 첫 아침까지 왔다. 예고 없이 밀어 닥친 금융위기 속에서 노심초사하며 심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뒤이어 엄습한 경기침체로 추운 계절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해의 태양은 어김없이 다시 솟아올랐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희망의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한해는 모두에게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전문가들이 ‘전대미문’이라고 규정한 경제위기로 지구촌 전체가 휘청댔다. 그런데 지난해보다 금년이 더 문제라는 전망이 우리를 한층 더 우울하게 한다. 경기 침체에 따른 고통의 파고는 한동안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한 각오와 다짐 없이 현재의 비상한 상황을 극복하기는 힘들다. 올 한해 경제전망은 우리에게 이런 비상한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기 순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는 일이다.
자본주의에서 호황과 불황의 반복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마냥 호황이 계속될 수 없듯이 불황 또한 마찬가지다. 1927년 이후 경기 침체기의 불황은 평균 11개월이었다. 장기 불황도 20개월을 넘기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경제가 금년 하반기부터는 조금씩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들을 하고 있다.
경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는 것처럼 보여도 끝은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어려움이 지속되다 보면 이런 확신을 상실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비록 지금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끝이 머지않았다는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 동이 트기 직전의 어둠이 더 깊듯이 금년 상반기 우리를 혹독하게 엄습할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 내는 일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낙관으로 무장하고 조금은 느긋해 질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미국민들의 신뢰가 그 어느 때 보다도 높다는 사실이다. 미국인들 80%가 오는 20일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오바마를 신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들이 새로운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는 증거이다.
비상시국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 지도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어떤 금융 구제안이나 경기 부양책보다도 소중하고 효과적인 자산이다. 현재의 고난은 개인들의 비상한 각오만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세계 경제 전체가 얽혀 있는 공동운명체적인 위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를 향해갈 수 있도록 모두를 아우르는 영감 있는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은 이런 점에서 기대를 안겨 준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점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경제적인 위기를 버티어 낼 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이것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모색해야 한다.
모두가 부푼 희망 속에 새해를 시작했지만 막연한 희망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희망이 전진을 위한 동력이라면 구체적인 계획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지도이다. 준비된 사람일수록 불황의 그늘에서 한층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새해를 시작하는 시점은 우리의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때이기도 하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력뿐 아니라 가족, 친구, 종교, 습관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신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풍성한 삶을 희망하며 이런저런 신년다짐들을 한다. 올 한해 무엇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가꿔 가야 할지 한번쯤 되살피고 다짐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현 경제 위기에 대한 진단과 전망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호황의 물결에 몸을 의탁하기만 하면 되던 시절이 끝났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오랜 호황 속에서 조금은 무디어진 이민정신의 칼날을 다시 갈고 세워야 할 때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라고. 이런 강인한 정신으로 다가오는 도전의 파고를 넘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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