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킹 회사 ‘탱크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제리 유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회사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제리 유 사장과 아내 조앤 유씨, 아들 제드, 딸 케일린.
‘기축년’ 소띠의 해다. 소는 한국인들에게 근면과 인내, 그리고 진실을 의미한다. 느리지만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소의 듬직한 모습에서 우리는 스스로 가벼움과 변덕스러움을 탓하곤 한다. 힘찬 새해가 밝았지만, 불황에 가뿐 숨을 몰아쉬는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가시밭길이라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야 한다. 누군가 물었다. “컵속에 담긴 절반의 물을 보며 어떤 이는 ‘반 밖에 안 남았네’, 그리고 또 다른 이는 ‘반이나 남았네’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데, 과연 어떤 생각이 도움이 될까요?” 어려운 때일수록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그 가운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탱크 익스프레스’ 제리 유 사장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서로간의 따뜻한 대화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사람들과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면 희망이 새롭게 솟아오르는 법입니다.”
트러킹 회사 ‘탱크 익스프레스’ 제리 유(40)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사라져가던 희망이 또렷해진다. 그 역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힘을 얻고 희망을 다시 품는다고 한다. 수출입하는 컨테이터를 운송하는 트러킹 회사는 불경기가 심화되면서 화물량이 급감했다. 그나마 하향곡선을 긋는 개스 가격을 위안으로 삼고 있지만, 경기 체감 지수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단신의 체구로 트럭을 운전하며 트러킹 회사를 꼭 운영하겠다는 희망을 가슴 속에 키웠던 유사장은 2006년 ‘탱크 익스프레스’(Tank Express)를 설립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주말도 늦은 밤도 탱크 익스프레스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으면 달려갔고, 매일 밤 연습장에 아는 사람, 아는 회사 목록을 적어가며 동향 파악을 했다.
그렇게 2년을 맨땅에 헤딩하듯 영업을 했고 이제 막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는데 경기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세상이 편리해져서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터미널에 들어온 화물량을 카메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이다. 호황기에는 첩첩히 쌓인 컨테이너들로 항만 전체가 분주했지만 요즘은 급격한 화물량 감소로 바쁘게 움직이던 크레인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혼자만이 아니라 운송업계 전반이 암울한 시기를 맞고 있다는 소리다.
“삶을 지배하는 것은 환경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 안에 숨어있는 긍정적인 태도와 함께 나누고 살아가려는 믿음이죠.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모두들 지쳐서 힘들어 하죠.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남을 계속하다보면 사람들과 부딪히며 고통과 웃음을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매주 금요일 트럭 운전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면서 ‘내일도 즐겁게, 열심히 일하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경기가 나쁘다고 여기서 주저 않을 수 없고, 불투명한 미래를 탓하기엔 지금 그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 어려움을 기꺼이 함께 나누는 동료들, 도움을 아끼지 않는 동종업계 선배들, 그리고 늘 사랑으로 감싸주는 건강한 가족이 그의 버팀목이다.
이민 온 지 이제 12년이다. 한국 식당을 인수했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스왑밋에서 장사를 하다가 한 달 만에 두 번의 권총 강도를 당해 몸만 빠져 나온 적도 있었다. 그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웃는 얼굴로 맞는 아내 덕분이다.
“권총강도를 당해 가게를 팔지도 못하고 닫았을 때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연자실해있는데 운송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에게 연락이 왔죠. 사무실에 나오라며 일자리를 주신 거죠.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점심시간 틈틈이 공부해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트럭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되돌아보면 강도를 당한 것이 트러킹 회사에 발을 디뎌놓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셈이죠.”
오전 6시가 되면 어김없이 기상이다.
트럭 운전사들에게 나눠줄 스케줄을 조정하며 하루 계획을 짠다. 7시30분 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LA다운타운으로 출근하는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고 싶어서다.
회사에 도착하면 8시30분~9시.
운전사들에게 고객 서비스는 물론 애프터케어도 하고, 낮에는 틈나는 데로 회사를 찾아다니면서 세일즈를 한다. 비싼 옷을 아니라도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패션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매사에 일방적인 것은 없습니다.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부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죠. 먼저 웃음으로 대하면 웃는 얼굴이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웃음을 잃는 순간 희망이 사라지고, 서로간의 대화가 사라지는 순간 해결책이 없어지거든요.”
녹록치 않는 현실이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느껴질 때 정작 잃지 말아야 할 것까지 놓아버리게 된다.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삶처럼 느껴져도 희망만큼은 잃어버리지 말아야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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