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이면 백악관을 떠나는 조지 부시 대통령 하면 오만과 독선, 무능, 냉혹이란 말이 떠오른다.
백악관에서 딕 체니 부통령 등 참모들이 만든 ‘인의 장막’에 갇힌 채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이라크전을 일으켰고, 시장감독 소홀로 금융위기를 가져오고도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 부시 집권 8년을 ‘재앙’으로 규정짓는 실정론의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측근 참모들의 말은 부시에게서 느껴지는 이런 일반의 인식과는 전혀 다르다.
부시는 너무나도 훌륭한 지도자이고 매우 현명할 뿐만 아니라 특히 인정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재임 8년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조슈아 볼튼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이다.
두 참모는 지난주 백악관 웨스트윙에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실에서 2시간여동안 진행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시종 차분하면서도 때론 격앙된 어조로 ‘대통령 부시’를 부정적으로 보는 비판론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체니가 막후에서 외교정책 등 국정을 주물렀다’는 주장을 뻥(Bunk)이라고 일축했다. 부시는 재임기간 내내 참모들에게 ‘로우키’, 즉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 도움만 주는 낮은 자세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볼튼은 2006년 비서실장 자리를 제의받을 당시 부시로부터 비서실장에게 총리 같은 역할을 원하지도 않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는 점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부시가 이라크전 결정 등에서 국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오히려 참모들의 말을 경청했고 반대론자들의 따끔한 조언에도 귀를 열었다고 한다.
이들은 금융위기 상황을 맞아 부시가 자유시장주의를 포기하고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에게 책임을 떠넘긴 게 아니라 구제금융 등 정책집행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볼튼은 부시는 (경제) 철학을 바꾼 게 아니라 대규모의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듣고 이를 수용한 것이라며 폴슨은 하루아침에 나타난 게 아니다. 폴슨과 버냉키, 백악관 간에 정기적 대화가 진행됐고, 도장을 찍은 것은 대통령이었다.라고 전했다.
두 참모는 이라크전에서 미군 전사자가 증가하는 현실을 도외시한 무자비한 지도자라는 말도 허튼 소리라고 했다.
매일 아침 7시에 열린 회의에서 부시는 미군 사망자 보고서에 동그라미를 치고 참모들에게 전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을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는 게 해들리 보좌관의 회고다.
해들리는 어쨌든 오만한 정부, 오만한 정책을 운영한 오만한 대통령이라는 인식은 나를 미치게 만든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부시는 오만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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