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후임 상원의원에 지명된 롤랜드 버리스 전 일리노이 주 법무장관이 6일 상원 등원을 거부당하면서 그의 지명을 둘러싼 논란은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흑인인 버리스 지명자의 앞으로 거취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시대에 `인종 정치’의 변화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6일 분석기사에서 버리스 지명자를 둘러싼 논란은 예기치않게 오바마 대통령 시대에 미국의 인종 정치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가늠할 첫 본보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버리스 지명자의 지지자들은 오바마 당선인의 사퇴로 백인 일색이 된 상원이 흑인의 상원 진입을 막고자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한다. 흑인인 바비 러시(민주·일리노이) 연방하원의원은 심지어 상원은 `식민지 정치의 마지막 요새’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매관매직 파문으로 위기에 처한 라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가 위기를 돌파할 `인종 카드’로서 버리스를 지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흑인을 선택함으로써 오바마 당선인과 민주당 지도부가 그의 선택을 거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고 흑인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을 비롯한 많은 흑인 정치 지도자들은 버리스의 지명에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시점에 인종적인 불만과 불평등에 근거한 그러한 정치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흑인 민권운동가인 앨 샤프턴 목사도 버리스 지명자 문제에 거리를 두면서 인종적 관점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이들의 의견에 동참하기를 거부했다.
샤프턴은 한 인터뷰에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가 자신의 입지를 위해 흑인의 인종적 감정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그는 버리스 지명자가 결국에는 상원에 등원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민주당이 흑인 지명자에 반대함으로써 `미끼를 물었다’고 지적했다.
버리스 지명자 문제에 대해 흑인 정치 지도자들은 세대 간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초창기 흑인 정치인과 지역사회 지도자들은 항의 시위와 대결적 자세로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면서 정치권에 진출했으나 최근의 흑인 정치인들은 좀 더 실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인도 인종 문제를 뛰어넘어 경제적 불평등과 계층이라는 좀 더 보편적인 이슈에 집중하는 후보자로 자신을 부각시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성공했다.
버리스 지명자는 5일 워싱턴으로 떠나기에 앞서 시카고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종 문제는 결코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언급,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흑인 지도자들은 버리스 지명자의 향후 거취가 오바마 시대에 흑인의 정치적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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