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날이 에일 것 같은 추위가 없는 이곳 베이 지역에서 눈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일. 해서 겨울의 나라로 여행을 가리라 마음먹고, 일하는 남편대신 운전대를 잡고서 세 아이들과 떠난 길은, 나름 여전사란 호칭을 받아가며 의기 양양 씩씩했습니다. 비가 우중충 내리긴 했지만, 눈 구경을 해야 비로소 겨울을 느끼는 거라고 확신하며 감행한 것이지요. 예보를 들으니 비가 오긴 해도 잠시 뿐, 온도가 높질 않아 체인이 필요하진 않을 듯 했지만, 사크라멘토를 다가가면서 나오는 방송은 산정상이 눈이 내려서 체인을 끼워야 한다는 겁니다. 아뿔사, 체인을 가져오지 않았기에 난 중도에 내려서 마침 점심도 먹고 개스도 채우면서 체인을 샀습니다. 아무래도 산 위에서 사는 것보다야 낫지 싶으리 해서였습니다.
개스도 가득, 우리의 배도 불룩한 가운데 드디어 눈을 향해 전진을 시작했습니다. 널직한 서너개의 길이 좁은 두 개의 길로 변하면서 비는 조금씩 굵어졌고 안개도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눈이 내린것은 아니지만 점차 골 안개가 짙어지면서 내 마음은 콩당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공연한 길을 떠났나, 비도 오는데 무슨 베짱이람. 내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아이들은 떠들고 차창 밖을 가리키며 히히낙낙. 그래, 눈 똑바로 뜨고 조심하자, 이렇게 달래가며 한참을 달렸습니다. 드디어 눈으로 덮인 산과 나무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겨울 환상의 나라! 이미 전 주에 내렸던 폭설로 흐드러지게 쌓인 하얀 눈과 초록 나무들의 조화가 어찌나 아름다운지요. 토끼 등처럼 가끔 드러나는 회색 바위 틈바구니에 우뚝 솟은 소나무들은 곧게 뻗어 기상이 청청했습니다. 다행이 정상에 오르기까지 체인을 필요로 하지 않았답니다. 내리막이 시작되는 순간 난 속으로 휴~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고비를 지났으니까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자는 것에, 아이들은 신이 나서 한층 목소리를 높이며 마음껏 즐길 수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두툼한 옷에 장갑, 모자를 두르고 스케이트를 타면서 날리는 웃음은 행복의 빛깔이구요. 서둘러 산을 내려 와야 했기에 오래 머물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겨울을 맛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생각합니다. 비록 산을 내려오는 길이 밀리는 차량으로 인해 허리가 아플 정도로 긴 운전을 필요로 했지만, 전날의 기후와는 딴판으로 맑게 개인 저녁 하늘에 거친 붓으로 간간이 그려진 듯한 구름이 노을 빛을 받아 주황색으로 버무려진 광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전혀 불평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라 해도 오랜만의 나들이로 인한 허물없는 아이들과의 시간은 엄마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시킨 시간으로 전혀 부족함 없었답니다. 5시간을 한차례도 쉬지 않고 내쳐 달려와 집에 도착해서 하는 말, Home, sweet home! 이런 걸 행복이라 말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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