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공립교육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저렴한 학비에 우수한 교육을 제공하는 방대한 주립대학시스템을 바탕으로 공립교육이 뛰어난 주로 정평이 나 있었으나 최근 몇 년간 주 정부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무려 41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메우려고 주 예산의 약 40%를 차지하는 교육예산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 공립학교 수업 일수 단축과 교사 감원 우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최근 교육예산의 삭감을 위해 현재 연간 180일인 수업 일수를 175일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해 교육 관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8일 연간 수업 일수를 5일 단축함으로써 11억 달러의 예산을 줄일 수 있겠지만 그러한 계획이 저소득층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잭 오코넬 주 교육감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수업 일수 단축은 특히 저소득층과 유색인종 자녀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면서 그러면 계층 간 교육성과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이 풍부한 교육구는 자체예산으로 단축된 수업 일수를 보충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교육구는 주 정부의 예산 지원이 삭감된 만큼 수입일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계획이 주 의회에서 승인되면 캘리포니아는 켄터키와 노스다코타 주 같이 공립학교 수업 일수가 가장 적은 주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고 타임스는 밝혔다.
주 정부의 공립교육 예산 삭감방침에 따라 각 교육구도 예산 절감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주의 최대 교육구인 LA 통합교육구(USD)의 라몬 코르티네스 교육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예산이 4억 달러 삭감될 것으로 예상해 대규모 교사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LA USD는 이번 주 약 2천300명의 교사에게 해고 경고장을 발송했다고 지역 언론이 전했다. 이에 따라 각급 공립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가 늘고 비전공 교사들의 수업이 많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주립대학도 교육예산 삭감 한파
교육예산 삭감의 한파는 캘리포니아 주가 자랑하는 주립대학에도 예외 없이 몰아치고 있다.
UCLA와 UC버클리 등 10개 캠퍼스를 운영하는 캘리포니아대(UC) 평의회는 지난해 11월 주 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올가을 신입생 수를 축소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달 14일 특별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UC는 10개 캠퍼스에 학부생과 대학원생 22만5천명이 등록돼 있지만 주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은 21만5천명을 고려한 수준에 불과하다. 주 정부는 UC가 2008-2009학년도에 요청한 30억달러의 예산 지원액 가운데 6천500만달러를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UC와 다른 주립대학인 CSU(칼스테이트) 계열 23개 캠퍼스도 지난해 말 주 정부의 재정 지원 감소로 올해 재학생 수를 46만명에서 45만명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교사협의회(CFA)는 7일 캘리포니아 공립 고등교육의 질 저하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고교 졸업 이상의 성인 비율이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 49위를 기록했고 19세 된 사람의 대학등록률은 46위, 저소득층 가정 자녀의 대학등록률은 31위에 각각 그쳤다.
보고서는 캘리포니아가 미국 주 중 가장 큰 공립 고등교육시스템을 갖고 있음에도 지난 30년간 공립 고등교육 투자가 40%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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