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부터 인가 나이 들어가는 얼굴이 싫어 사진찍는 것을 피했는데 독사진이 필요해 앨범을 뒤적이다가 그만 ‘아!-한 곳에 눈이 멈춰졌다.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는 칼날같은 아픔,
그리고 뼛속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함박 눈물이 순식간에 앨범을 적셨다.
고교동창 단짝 친구인 영미가 하늘나라 간지가 벌써 3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사랑하는 친구를 가슴에 묻고 애써 사진을 치워 버렸는데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겨우 한장 남은 단체 사진 속 영미의 얼굴을 만나게 되다니-
’ 아-친구야! 무심한 나를 용서해다오!
단아한 단발머리에 활짝웃는 모습속에 귀여운 보조개가 늘 붙어있던 영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웃고있다. 잘 지내니? 나도 잘지내. 하면서 우수에 찬 큰 눈망울을 지닌 나의 친구 영미는 책을 늘 손에 들고 다녔으며 재주가 많았다. 책 읽은 내용을 얘기할 때면 흥분으로 빛나던 눈빛과 긴장감 도는 목소리의 톤들. 줄거리 보다 친구의 열정적인 표현력에 빠지곤 했던 순간들이 다시금 그리움으로 몰려온다. 한창 캔디 만화가 유행하던 학창시절에 여러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던 친구는 은행나무로 노랗게 하늘을 가리운 교정을 함께 걸으며 낙옆 사각사각 가을을 함께 음미했던 내친구와의 추억이 가슴에 파고든다.
새해를 맞아 불현듯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희망하며 친구를 잃은 아픔이 행여나 다음 세대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친구를 대신해 적어본다..
살아온 부모 세대가 얼마나 힘겨운 삶이었고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불안하게 했는지.
그 세대를 이어 우리도 또 반복하며 자녀들에게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공부도 곧잘 잘했던 그친구는 일류 대학병에 걸린 어머니에 의해 늘 부담스럽다고 괴로워 했다. 머리 나쁘고 공부도 잘 못했던 나는 부모님이 일찌감치 포기 해서인지 그시절을 무사히 건너왔건만- 그러던중 그 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교복 안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다니던 여고시절에 수업이 끝나고 학교를 막 나설때 친구는 운동시합이 있다고 블라우스 대신 티셔츠로 갈아입었다. 하필 그때 교무주임에게 적발된 친구를 불량학생으로 오해해 이유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교무실로 끌고가 들고 다니던 몽둥이로 무자비하게 패는 것이었다. 그떄 교사의 모습은 마치 미친광기의 모습이었다. 그 당시 불량 학생들이 방과후 사복을 입고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몇번 발생해 학교 분위기가 살벌해졌고 그때 재수없게 친구가 걸려 희생양이 될줄이야.
일류대학 압박과 이 사건이 혼합되어 결국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가 대학 시험을 며칠 앞둔 나와 친구들은 온통 충격과 상처로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굴러가는 낙옆만 봐도 까르르 웃는 순수하고 꿈 많았던 학창시절.
아바와 비틀즈의 팝송을 즐겨들었던 그 시절에 학교가 전인교육에 촛점을 두고 작은 사회의 출발이어야 함에도 주입식 교육에 시달렸던 중,고시절- 남자들 군대시절 얘기하듯 웃으며 가볍게 떠들수있는 추억으로 돌리기엔 내겐 친구의 아픔 때문인지 그당시 교육에 대해 그냥 넘길 수 없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지금 세대들이 더이상 몰지각한 교육 방식에 희생 당하는 제2의 영미가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친구의 편안한 천국행을 그리며 감히 이글을 써본다.
흐름은 흘러야 흐름인 까닭에 새해에는 용서하는 마음으로 영미 어머니께 안부 전화를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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