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의 타임스 광장에서 시민들이 2009년을 맞는 장면을 TV로 본 지가 어저께 같았는데, 벌써 구정이란다. 불경기의 한파로 또 한번 맞는 음력 새해가 오히려 짐이 되고 있는 가정도 있겠다.
벌써 캘리포니아의 실업율이 9.3%에 이르고 있고, 곳곳에 문닫는 가게들이 눈에 띄고 있다. 가진 자들에겐 기회이고, 못가진 자들에겐 고난의 세월에 많은 사람들이 어떤 새해가 될지 궁금함에 토정비결을 본다. 한치 앞이 안보이는 요즘, XX 선생을 찾아 사주, 운명 등을 미리 알아보고자 하는 교회 집사님들도 있고 보면, 정말 미래야말로 우리들의 관심사이다.
하지만 그 미래에 대한 예언이 좋든, 실망적이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나의 생각을 굳게 만들어버린다는 것을 배운지도 오래다.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 집으로 자주 오시던 한의사 한분이 계셨는데, 해마다 구정 무렵이 되면 토정비결 책을 들고 오셨다. 그 해의 나 자신에 대한 토정비결에 의하면 5월에 득남할 수란다. 득남이란 좋은 일인데 학생이니 우등생이 될 것이라는 풀이까지 해 주셨다. 우등생이라? 참 듣기 좋은 말씀이었다. 그리고 오월이 왔다. 기억 속에 깊이 박혀있는 우등생의 이야기가 공부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월례고사에서 낙제점을 받아, 우등생은 고사하고 일주일간 벌 청소했던 일을 아직까지도 기억한다.
2005년12월에 상항 지역 한인 교회 연합회가 주최한 제1회 기독 사진 콘테스트의 심사 위원장을 맡았었다. 한국 왕복 항공권이 대상(大賞)이었는데, 발표 후 수상을 못했던 응모자 한사람이 짜고치는 고 스톱이라고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처음 뵙는 세 분의 목사님들과 함께 심사를 했었는데, 심사 위원들 간에는 출품작에 대한 사전의 의견 교환이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작품평을 미리 듣게되면 거기에 얽매여 작품을 보게되기 때문이다. 네 사람의 심사 위원들이 각자의 채점표를 들고 독립적으로 심사를 해서 합산했었다.
또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군대에서 한창 훈련을 받고 있는데, 이제 떠나겠다는 애인의 결별 편지 한통을 받았었다. 가만히 앉아서 따귀를 맞은 기분이었고, 애인의 변심에 왜 병사들이 총을 들고 탈영하는지를 충분히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전화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라 그냥 하늘만 누렇게 보였을 뿐이었다. 바로 그 주말에 애인이 면회를 왔었다. 사연인즉, 나의 사진을 들고 골상을 보러갔더니 서른 전에 헤어질 사람이라고 하더란다. 하지만 보고 싶었다고… 그날부터 지금까지 35년 간 울고 웃으며 또 싸우기도 하며 함께 살고 있다. 복채만 날린 건 아닌지?
개업을 하면, 돼지 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는 사람들도 본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 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돼지머리를 두고 고사를 지낸다. 시장에 가면 그 플라스틱 돼지머리를 쌓아두고 판다. 그러니 그 고사도 개업주 스스로의 위안을 위한 것은 아닐까?
새해엔 자신의 삶을 남의 생각과 말로 살기 보다는, 희망을 잃지말고 스스로 용기를 내서 미지의 앞날을 헤쳐나가야 하겠다. “나쁜 시기는 짧지만 나쁜 사람은 오래도록 간다 (Difficult time lasts briefly, difficult people last for a long time.)”는 말을 새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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