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드림팀
새떼의 공격으로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는 여객기를 허드슨강에 불시착시켜야 했던 체슬리 슐렌버거 조종사처럼, 오바마는 워런 버핏이 말한 “진주만 공격을 받은 것 같은 경제위기”로 침몰하고 있는 항공모함 미국을 건져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슐렌버거 기장이 승객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순발력과 판단력, 그리고 숙련된 조종술이었다. 이에 비해, 오바마의 지휘체제는 번뜩이는 통찰력과 지혜를 중시하기보다 논리와 체계적 지식을 앞세우는 화려한 내각으로 구성되었다.
“일부의 탐욕과 무책임으로 무너진 경제와 실패한 교육”이라고 오바마가 취임사에서 밝힌바 대로, 그 ‘일부’는 다름이 아닌 호화판 학벌을 자랑하는 엘리트 그룹이었다. 모든 엘리트들이 경제를 몰락시키고 나라를 말아먹지는 않지만, 공교롭게도, 오바마의 내각, 특히 경제팀과 외교, 안보팀에는 똑똑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소위 말하는 ‘드림팀’이다.
수퍼스타로 팀을 조직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미 우리는 경험했다. 8년 전, 외교정책의 드림팀이라고 불렸던 딕 체이니, 도날드 럼스펠드, 콜린 파월 팀이 미국과 전세계에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오바마 경제팀의 선두주자로 선발된 로렌스 서머스와 티모디 가이스너는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누구나 기대하고 있다. 90년대, 경제계 수퍼스타인 로버트 루빈과 앨런 그린스펀에게도 똑같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루빈은 시티그룹이 100억 달러나 손해를 보는 투자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한바 있고, 그린스펀은 국회에서 자신의 경제정책에 심각한 결점이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했으며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원망을 듣고 있다.
‘검은 케네디’로 불릴 정도로 케네디와 여러 면에서 공통분모를 가진 오바마가 명문대 출신들로 도배를 한 케네디의 행정부를 모방하고 있지만, 똑 소리 나는 케네디 내각이 미국을 월남전과 쿠바사태에 휘말리게 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학위가 판단력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시카고 법대 리처드 엡스타인 교수의 비평, 그리고 ‘명품 브랜드 정치’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명문대 출신 일색인 내각조직은 자칫하면 상상력과 판단력 부족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정부를 만들거나 내부 불협화음으로 인한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
논리와 지식을 바탕으로 훈련된 합리적 사고는 평화롭고 안정된 상황에서는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어도 비행기 추락 상황과 같은 현재의 위기 앞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몸에 배어있지 않고 머리에만 맴돌고 있는 지식은 얄팍한 논리, 편견, 오만을 분출할 뿐, 슐렌버거 조종사가 발휘했던 정확한 판단력과 섬뜩이는 순발력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케네디 요직 인물들은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조언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회고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헤스 연구원 말처럼 유아독존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짜낸 해결책은 오히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우리의 후손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자유와 안전이라는 위대한 선물을 주기 위해 좌절하지 않고 극복해 나갔다고 말해주자”고 오바마는 워싱턴 내셔널 몰에 모인 군중에게 외쳤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학벌에 압도되어 편견과 차별을 유발하는 실수는 아닐 것이다. 오바마는“창의적이고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겠다”는 자신의 교육방침을 먼저 그의 각료들에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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