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침에 출근할때 꼭 무엇을 입을까 하고 물어보긴 하면서도 결국 자신이 늘 자주 즐겨 입는 편한 옷만 입는다.여보! 내 회색 셔츠가 안보이네?- 그것 버렸어요. 뭐? 낙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어제는 작정을 하고 남편의 낡은 옷들을 다 내다 버렸다. 새옷을 사줘도 옷장에 쳐박아 놓고 늘 같은 옷만 교복처럼 입고 심지어 속옷까지 낡아 너덜너덜 할때까지 입는 것만 입는다. 일주일 내내 같은 자켓과 낡은 셔츠만 입어 오늘 아침엔 한마디 해줬다. 당신이 옷을 아무렇게나 입으면, 내가 욕을 먹어요. 제발 나를 봐서 옷좀 바꿔 가며 입으세요.
핀잔하는 내게 남편이, 왜? 옛날 처럼 우리 또 한번 그 친구랑 여행 가볼까?하며 친구 가족과 떠났던 망신스러웠던 여행 기억을 새삼 짖궂게 떠오르게 했다.
몇해 전 주제넘게 허세 부리려다 망신당한 일이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 거린다. 이국만리 멀리 떠나온 이곳 미국에서 오랜동안 연락이 되지않던 대학 동창을 우연히 마켓에서 만났다. 시애틀에 산다는데 잠시 친척집에 방문 온 친구가 어찌나 반갑던지 함께 커피샾에서 청바지에 티셔츠만 걸쳐도 예뻤던 젊음을 그리워하며 학교 뒷골목의 라면과 떡볶이집을 즐겨 찾던 대학시절-찻집에서 재잘대며 공부는 안하고 미팅만 했던 시절, 교정에 스며든 최루탄 냄새로 치약을 바르고 다녔던- 동창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내숭떨던 동창 흉도 있는대로 보면서 시간 가는줄 몰랐다.야! 우리 이렇게 헤어지긴 너무 아쉽다. 너희 가족과 우리 가족 함께 여행가자.라는 동창의 제안에 OK. 나는 예전 감정에 빠져 즉흥적으로 대답했지만 막상 두가정이 여행을 하려니 이것 저것 걸리는게 많았다.
라스베가스로 여행가기로 결정하고 20년만에 만난 친구와 여행을 하는 기쁨에 앞서 나를 주눅 들게한건 잘 나가는 남편덕에 호화롭게 사는 친구와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춰야 할것 같은 자존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비싼 명품으로 치장하는 사람들을 사치하다고 핀잔하던 내가 평생 입어보지도 못한 비싼 유명 메이커로 남편과 아이들을 포장시켰다. 열심히 살았으니 한번쯤은 입어도 돼’ 스스로 정당화하며 내 주제에 맞지 않는 그야말로 미친짓, 옷값으로 거의 한달 봉급을 날렸다.음~어쨌든 이제 누가 뭐래도 황제와 왕자, 공주다. 나는 가족들을 둘러 보며 대만족을 했건만?’으이구~ 웬수들, 평생에 도움 안되는 사람들 같으니.’
그곳 호텔안에 싸우나가 있었다는건 생각도 못했다.’내가 속옷까지 챙겨줘야 하나?’ 알아서 챙겼으려니한 속옷을 입고 온 꼴이란 그야말로 골라 골라도 그렇게 골라 입을수가 있단 말인가. 으~런닝과 팬티도 낡고 편한것만 찾는 남편 습관과 꼭 닮은 아들은 신고온 양말 조차 빵꾸가 나 발가락을 자랑하듯 나오기까지 했으니.
얘! 웬만하면 네 남편과 아들 속옷 좀 사줘라, 너만 챙겨입니? 우리 남편이 얘기하더라. 하며 연신 재밌다고 깔깔거리며 놀려댔다.비싼 명품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순간이었다. 아! 차라리 비싼 명품의 겉옷만 아니었어도...
돌아오는 길에 투덜대는 내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오히려 더 큰소리다.엄마! 왜 화내요? 속옷이 빵꾸 날 수도 있지, 집에선 그것 보고 엄마가 막 웃으셨잖아요.
당신같은 아줌마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IMF가 오거야. 속빈 강정처럼 겉만 멀쩡하면 뭘해. 허세보다 참 알맹이가 중요한거야.남의 이목 너무 신경 쓰지말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분수껏 사는게 좋은거야. 진짜 자존심이 뭔지 알아? .
있는 모습 그대로 왜 자신있게 행동하지 않았나하는 후회와 함께 명품 포장 소동으로 가족들에게 잔뜩 핀잔을 듣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웃음 불거진 망신이었지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깨달음으로 남았다. “진정한 명품”은 나와 함께 항상 가까이 있는 “속옷같이 살거운 나의 가족” 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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