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라파엘 나달.
진정한 ‘올-어라운드’챔피언 반열에 우뚝.
이제 겨우 만 22세인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세계 테니스의 새로운 황제가 됐다. 한때 부동의 1인자로 천하무적의 위용을 자랑하던 로저 페더러(27·스위스)는 이제 완전히 넘버 2로 밀려났다.
‘옛 황제의 귀환이냐, 새 황제의 등극이냐’로 관심을 모았던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은 결국 새 황제의 대관식이 됐다. 현 세계 1위 나달은 4시간23분에 걸친 접전 끝에 2위 페더러를 세트스코어 3-2(7-5, 3-6, 7-6<7-3>, 3-6, 6-2)로 누르고 생애 첫 호주오픈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통산 6번째 메이저 우승으로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이날 이겼더라면 통산 메이저 14승으로 피트 샘프라스의 역대 최다메이저 우승기록과 타이틀 이룰 수 있었던 페더러는 경기 후 시상식에서 끝내 실망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울음을 흘려 이날의 패배가 얼마나 뼈아팠는지를 짐작케 했다. 지난해 프렌치오픈과 윔블던 결승에서 잇달아 나달에 고배를 마신 뒤 237주 연속 지켜온 세계 1위 자리까지 내놓아야 했던 페더러는 지난해 마지막 메이저인 US오픈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빼앗겼던 정상 탈환 도전을 노렸으나 끝내 나달 징크스를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고 둘 간의 격차는 오히려 더 크게 벌어졌다. 페더러는 준우승 트로피를 받은 뒤 수상소감을 말하는 도중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정말 괴롭다”고 참담한 심정을 여과없이 노출했다.
반면 클레이코트 메이저인 프렌치오픈에서 타이틀 4연패 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나달은 이로써 지난해 윔블던(잔디코트)에 이어 올해 호주오픈(하드코트) 우승으로 모든 종류 코트에서 메이저우승을 따내 자타공인의 ‘코트황제’로 부상했다. 그동안 클레이코트 절대 우세를 앞세워 1위가 됐다는 것 때문에 선뜻 ‘황제’의 칭호를 붙여주기엔 인색했던 세계 테니스 팬들도 이젠 그를 완전한 ‘황제’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어떤 전문가들은 페더러가 나달에 대해 심리적 콤플렉스까지 느끼고 있어 앞으로 맞대결에선 그를 꺾기가 힘들 것이라고까지 점치고 있다. 페더러는 나달과의 맞대결에서 5연패를 당하는 등 6승13패로 절대 열세를 보이고 있고 그가 그랜드슬램대회 결승에서 기록한 13승5패 가운데 5패는 모두 나달에게 당한 것이다.
더구나 나달은 이제 겨우 만 22세에 불과하다. 27세의 페더러가 하강세로 접어들었다면 나달은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노박 조코비치와 앤디 머리 등 만만치 않은 라이벌들이 있지만 지금의 페이스라면 나달이 샘프라스의 메이저 14승 기록을 넘어서는데는 5년 이상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나달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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