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이 밝지 못하다. 갑작스레 직장을 잃어서 또 있는 직장에서 언제 그만 두라고 할지 몰라 불안해 하는가 하면 비지니스가 어려워 매달 내는 지출에 짖눌린 한숨어린 표정들이 우리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며칠전 몇명의 이웃들과 대화를 하다 항상 열심히 살던 J라는 분이 자신의 처지를 털어 놓았다. J는 아이들을 혼자 키우며 씩씩하게 살아 왔는데 갑자기 직장을 잃어 그간 푼푼이 모아둔 돈으로 겨우 살아가다 그마저 바닥이 나서 막일을 시작 했다고 했다. 게다가 페이먼트가 밀려 집이 언제 은행에 넘어갈지 모른다고 한다. 우선 저소득층들을 위해 정부 아파트를 알아보자고 나는 권했는데 많은 대기자가 밀려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한다. 이때 옆에서 듣고 있던 K가 무슨 벼슬이라도 가진듯 그러게 나처럼 진작 신청해서 살지. 그 잘난 자존심 내세워 싫어하더니만 쯔읏~. 한다.
그 자리에서 나는 아무 말도 안했지만 기분은 몹시 언잖았다. 정부 아파트 혜택을 받으려고 멀쩡한 몸이면서도 인컴이 올라 간다고 일도 안하는 K같은 사람이 한국 사람을 망신 시키는 것 같아 싫었다.
좋은 차에 골프나 치러 다니고 취미 활동이나 즐기면서 집값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사는 K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서 간간이 볼 수 있다. 자식들 에게도 본이 안될 뿐더러 자신의 자존심도 포기 한것 같은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정작혜택 받아 들어 가야할 사람들이 못 들어가고 있으니 화가 날 수밖에. 다들 어려울때 반칙으로 이용하고, 피해가는 편법을 마치 자랑하듯 늘어놓는 꼴이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으며 인생을 참으로 못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비록 지금은 J가 어렵게 됐지만 자랑스럽다. 혼자 아이들 키우느라 힘들었을텐데 이제껏 정부 도움은 커녕 어느 누구의 도움도 원하지 않은채 집도 장만 해 성실하게 살아온 그녀의 삶을 분명 아이들은 존경할 것이다. 혼자서도 자식들을 바르게 키운 그녀가 정말 열심히 잘 살아 왔다고 칭찬하고 싶다. 잘 산다는것-우리는 보통 경제적으로 풍요로울때 이 말을 곧잘 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표현을 바꾸고 싶다. 다함께 어려울때 평생 해보지도 않은 험한일을 하면서도 감사 하다는 그녀는 그야말로 잘사는 사람으로 보였다.
이런일 처음 해보는데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그동안 이런일 안 해보고 살았던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똑같은 힘든 이때를 오히려 기회로 받아 들이고 지금은 몸을 낮추고 새로운 날개를 펼치기 위해 준비를 할 시기라고 그녀는 말한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지만 긴 긴겨울에 준비된자 만이 봄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해 부족한 영어와 라이센스를 준비 하라고 내게 조언까지 한다.
어느 사람은 만나고 나면 마음이 갑갑해 지는가 하면 어떤 사람에게는 희망과 함께 도전도 받아오게 되는데 나는 어떤 사람일까 싶다. 우연히 주간지를 읽다 어느 교회 목사님이 쓰신 글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낙심만 하지말고 이제까지 받은것과 누린것에 감사하라고 하셨다. 계속 안 좋은 경기속에 나 역시 집을 팔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마음이 착잡했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만일 내 집도 헐값에 팔아야 하는 현실에 부딪치더라도 앞마당에 꽃밭 뒷마당에 텃밭을 가꿔오며 그동안 잘 누려온 행복에 감사 해야겠다. 이제껏 별탈 없이 잘 살아온 것에 감사해 J처럼 한번도 안해본 일을 할지라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것 같다. 감사의 마음으로 바꿔보니 잘 산다는 의미가 달라졌다. 지금부터 나도 잘사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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